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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편집장 Sep 14. 2022

가라타니 고진, 제국과 제국주의 - 종교, 법, 문자

일본 정신의 기원

... 예를 들어 라틴어나 한자, 아라비아 문자는 다수의 부족이나 국가에 의해 사용되는 문자 언어, 즉 ‘제국’의 언어다. 제국의 특징은 그러한 보편 언어(문자)를 갖는 데 있다. 제국 안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무수하지만, 그런 것은 ‘언어’로 간주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세계 언어 혹은 보편적 언어다. 그 특징은 기본적으로 음성에서 독립하여 외재(外在)하는 것이다. 보편적이고 초월적인 개념은 다양한 음성(언어)로부터 독립되어 있다. 그렇다면 보편적이고 초월적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유럽에서 라킨어가 그리스어보다 중시되었던 이유는, 그리스어는 그 언어를 말하는 민족이 있었던 것에 비해 라틴어는 (말해진다고는 해도) 보편적으로 쓰여지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라틴어를 읽고 쓸 수 있는 사람은 소수였다. 이런 점에서 한자와 알파벳의 차이는 없다. - <일본 정신의 기원>, 가라타니 고진, 송태욱 역, 이매진, p20 -


  한문과 학생들은 한문 교육의 필요성과 관련해, 저 라틴어와의 비교에 익숙하다. 지금이 제국의 시대는 아니고, 글로벌 경제를 ‘제국주의’에 빗대는 시대에 그 보편성의 언어는 한자가 아닌 자본이기에... 선후배 한문 선생들이 죽는 소리해 대는 시절이기도...


  고진은 아렌트를 빌려 제국과 ‘제국주의’의 차이를 설명함에 있어 보편의 종교, 법, 문자를 예로 든다. 로마 제국은 정치적으로도 기독교라는 세계종교의 공인이 필요했던 것. 그리고 제국의 여러 민족을 조율할 수 있는 국제법과 제국 내에서 통용될 수 있는 문자도... 극동에서는 이런 제국의 요소가 불교와 한자였다. 


  제국이 여러 민족을 통합할 수 있는 보편의 체계를 지니고 있었던 반면, ‘제국주의’는 본토의 것을 식민지에 강요하는 억지스런 통합의 방식이라는 거야. 글로벌 경제를 ‘제국주의’에 빗대는 이유는 강대국의 논리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겠지. 그래서 지젝이 그런 말을 하잖아. 우린 이미 미국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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