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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편집장 Sep 16. 2022

<일본 정신의 풍경> - 신도(神道)와 가미(かみ)

신의 나라

... <고사기(古事記)> 신화는 곧 신도신화이다. 일본 신도는 원래 경전도 교조도 없이 자연발생적으로 발전한 애니미즘적 자연종교였다. 그러다가 후대에 불교나 유교의 영향으로 신도 교의가 형성되면서, <고사기>는 신도의 경전처럼 간주되기에 이른다. <고사기>에 나오는 가미들은 유교에서 말하는 신과도 다르고 기독교의 신 개념과도 다르다. ... <일본 정신의 풍경>, 박규태, 한길사, p44 -


... 가미는 외부에서 온 일시적인 손님이다. 민속학자 오리구치 시노부는 이런 신을 ‘마레비토가미’라고 표현했다. 가미를 정중하게 접대하여 기분 좋게 돌아가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신과 인간의 교류는 기본적으로 인간이 신을 접대하는 것이다. 이런 접대를 일본인은 ‘마쓰리’라고 부르는데... - 같은 책, p44 -


... 가미는 인간과 질적으로 상이한 절대타자로서의 창조신이 아니다. 신도에서는 가미와 인간 사이의 본질적인 차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에는 인간이 사후 혹은 생전에 가미로서 숭배되고 제사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 가령 교토의 도요쿠니 신사에는 임진왜란을 야기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닛코의 도쇼궁에는 에도막부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도쿄의 메이지 신궁, 노기 신사, 야스쿠니 신사에는 각각 메이지 천황, 메이지시대의 영웅 노기 마레스카 등 천황을 위해 싸우다 전사한 자들이 모두 신으로서 오늘날까지 제사를 받고 있다. ... - 같은 책, p45 -


... 가미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인간주의적 가미 관념이 지배적인 일본에서는 추상적이거나 초월적인 신이 숭배된 적이 거의 없다. 가령 <고사기> 신화의 맨 처음에 등장하는 지고신 아메노미나카누시노가미는 초월적이고 추상적인 성격을 지니는데, 메이지 유신 이전까지만 해도 이 가미를 제신으로 모시는 신사는 전혀 없었다. 왜냐하면 일본인은 인간에게 매우 친숙하고 현실적인 가미를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 - 같은 책, p45

  가깝고도 먼 나라라지만, 이렇게까지 ‘신의 나라’인지는 몰랐네. 신도(神道)가 어떤 개념인지 대해서 딱히 관심도 없었고...


  우리나라의 신화로 비유하자면, <삼국유사>를 경전으로 하여, 환웅의 후손이 지금까지 단군의 계보를 이어오고 있는 것. 고대 신화가 현대 신앙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잘 없잖아. 그리스만 봐도 그렇지. 저자가 ‘판테온’에 빗댔을 만큼, 일본의 신들은 그리스 신들과 비슷한 인문적 존재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올림푸스의 신들 이외에도, 가난의 신, 질투의 신... 별의 별 신이 다 있잖아. 이는 인간사의 투영인 거야. 


  도교와 무속에서 ‘관우’를 모시는 경우도 있잖아. 실존인물을 신으로 추대했던 건 성황당도 그랬고... 그렇듯 여러 종교가 융합된 형태로, 일본의 상징성과도 같은 풍경이지만, 실상 일본인 대다수는 무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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