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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편집장 Sep 21. 2022

카를 구스타프 융, <황금꽃의 비밀>

아니마/아니무스

애니메이션 <파프리카>

나는 아니마를 무의식의 의인화로 정의하며, 또한 그것을 무의식과의 연결 다리, 즉 무의식과 관계를 맺게 하는 기능으로 파악했다. 그에 관해서 우리의 텍스트는 의식(즉 개인적 의식)이 아니마에서 나온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어서 무언가 흥미로운 관련성이 있음을 나타낸다. 


서구의 정신은 전적으로 의식의 입장에 있기 때문에, 마치 내가 행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아니마를 정의해야 했다. 그와는 정반대로 동양은 무의식의 관점에 있기 때문에 의식을 아니마의 작용으로 생겨나는 것으로 본다. 의심할 바 없이 의식은 원래 무의식에서 생겨난 것이다. 


그에 대해서 우리 서구인은 거의 생각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 때문에 우리는 언제나 의식과 심혼을 동일시하고 있어서, 무의식을 가능한 한 의식의 파생이나 의식의 작용에 의하여 생긴 것으로(예를 들면 프로이트적 억압이론에서처럼) 설정하려는 시도를 한다. 무의식은 실재성은 어떤 것으로도 없애지 못하고, 오히려 무의식의 현상들로 작용하는 그 크기로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은, 위에서 언급한 근거에서 보면 매우 본질적이다. 


- <황금꽃의 비밀>, 카를 구스타프 융 / 리하르트 빌헬름, 이유경 역, 문학동네, p87 -

애니메이션 <파프리카>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던 보부아르의 말은 실상 남성에게도 해당된다. 남성중심적 사회에서는 ‘남자다움’의 사회성으로 자라나는 것. 아니마/아니무스는 그런 규범적이고 규정적인 성정체성 이면에 존재하는 이성(異性)성이다. 의식 뒤로 물러난 이성성이 무의식에 닿는 다리 역할이라는 것. 그러니까 그 자체로 무의식은 아니고, 의식 차원에서 드러나는 면도 있다는 거지. 


  그래서인지 어떤지는 모르겠는데, 명리학에서도 여자들은 양의 글자를 더 잘 쓰고, 남자들은 음의 글자들을 더 잘 쓴다고들 말한다. 남자가 음의 글자가 많거나 음의 대운을 지나고 있는 경우에는, 뭔가 힘들게 힘들게 가는 거야. 인간관계에서도 나는 예의를 다 하는 것 같은데 자주 트러블이 생기기도 하고... 아니마/아니무스의 논리를 적용하자면, 무의식이 더 본질적이라는... 


  양자역학은 철학에서 다시 길을 찾은 과학이라고 표현되곤 하는데, 이때 언급되는 인물 중에 하나가 융이다. 융의 공시성 개념은 <주역>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그 스스로가 말하고 있다. <주역>은 뽑은 괘가 나의 운명이라는 게 아니라 나의 운명이 그 괘를 뽑는다는 논리. 그러니까 어떤 괘도 나의 운명일 수가 있는 거지. 그 잠재성이 동시적으로 존재하는 게 평행우주 이론일 테고...


  여튼 융은 극동의 정신에 관심이 많았고, 위에 언급한 내용은 도가와 도교에 관한 설명이다. 유교만 해도 사회성의 분위기가 짙으니까. 그럼에도 극동의 정신은 자연성의 道를 공유한다는 거. 도교에서는 자연스런 본능으로서의 방중술도 다루잖아. 그런 에로스. 정신분석에서는 의식 차원의 문명과 무의식 차원의 자연을, 계통과 개체에 관한 공시적 통시적 관점에서 고찰한다. 그래서 무의식을 투영한 판타지인 꿈과 신화를 분석하는 것. 조셉 캠벨의 말을 빌리자면, 신화는 공적 꿈이고, 꿈은 사적 신화다. 참 말 멋있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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