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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편집장 Sep 21. 2022

정민, <초월의 상상> - 현실, 자아

도교, 정신분석, <슬램덩크>

현실의 닫힌 삶 속에서 사람들은 초월을 꿈꾼다. 꿈을 꿀 때 인간은 행복하다. 이룰 수 없어 꿈을 꾸고, 이루고 싶어 꿈을 꾼다. 꿈은 무의식의 세계다. 꿈의 한 자락을 걷어내면, 억압된 욕망이 실체를 드러낸다.


도교, 그리고 신선세계를 향한 동경은, 초월을 향한 중세인의 꿈꾸기이다. 현실은 늘 질곡 속에 있다. ... 유교의 엄숙주의가 강력한 힘을 행사할 때마다, 신선세계를 향한 꿈은 더 강렬한 흡인력을 발휘했다. 세상은 늘 똑같이 되풀이 된다. 과거를 답습하고 모방한다.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 


- <초월의 상상> 서문 중, 정민, 휴머니스트 -

강백호는 자신이 좋아하는 채소연에게 잘 보이려고, 그녀가 좋아하는 농구로 어필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농구부에 들어가게 된 계기로부터,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슬램덩크>의 신화가 시작된다.


그런데 농구를 잘 하는 강백호를 채소연이 좋아하게 될지 어떨지는 강백호 혼자만의 생각이잖아. 이를테면 이게 라캉이 말하는 자아 개념이다. 스스로를 바라보는, 상상적 감각이라는 거야. 


  반면 세상에 떠밀리듯 살아가고, 기계처럼 반복하고, 남들이 욕망하는 표상을 욕망하는 ‘나’도 있지. 라캉에게선 이게 ‘주체’ 개념이다. 그 주체가 욕망하는 것, 강백호에게 있어선 ‘천재’라는 칭호지. 그 안에는 농구에 대한 열망과 기쁨이 들어 있는 게 아니다. 그냥 남들의 찬사와 추앙이 도래하길 기대할 뿐이고... 


강백호는 종종 그 천재라는 칭호에 걸맞는 플레이를 펼치는 자신을 상상한다. 그 상념에서 깨어나면 버티고 있는, 천재답지 않은 현실. 그 극간에서 발생하는 질투와 시기 그리고 우격다짐과 몽니...


상상 속에선 모든 게 이루어질 수 있잖아. 어차피 ‘자아’라는 것 자체가 상상계의 산물이니, ‘나는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란 철학적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약간의 판타지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래서 영화를 보고, 소설을 읽는 것이겠지. 현실적인, 너무도 현실적인, 현실의 나에겐 가능하지 않은 판타지라서... 그러나 저것이 상상이라면 이것은 환상이라는 정신분석의 결론. 어쩌면 한 줌의 낭만도 비집고 들어갈 수 없을 만큼 너무 현실적이어서 정신의 병을 앓고 살아가는 것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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