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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편집장 Sep 27. 2022

정민, <초월의 상상> - 유선 문학

도교와 유교

조선 시대가 성리학의 통치 이념으로 통어(統禦)되었고, 유선시 작가들의 대부분이 유자라는 사실은, 이단적 사고인 도교를 문학적으로 수용하는 데 제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더욱이 허무맹랑한 공상을 바탕으로 한 유선 문학은 무위자연의 도가적 이념을 노래하는 경우와는 또 다른 갈등 요인을 안고 있다. 그러나 유교와 도교의 관계는 상호 모순의 관계라기보다는 상보 관계로 파악해야 한다. 인간의 삶은 복합적 총체이므로 어느 한 면만 보는 단편적 이해는 사실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


예컨대 도연명이 유가적 인물이냐, 도가적 인물이냐를 따지는 것은 도연명의 정신세계를 이해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에게서 유가와 도가의 이념은 따로 분리될 수 없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유자이면서 도교 취향의 유선시를 지었다는 것은 그 함의에서 사회적 존재인 한 인간이 유선시를 지었다는 말과 전혀 다르지 않다. 


- <초월의 상상>, 정민, 휴머니스트, p177 -

  한형조 교수의 설명을 빌리자면, 道의 모델은 ‘자연’이 선험적으로 예비하고 있는 ‘스스로 그러함’이었고, 유가와 도가 양쪽 모두 이 전제를 근본적으로 의심한 적이 없다.


  유교가 지배 이데올로기였던 건, 중국과 같지만, 조선은 다른 학문들을 사문난적으로 몰아갈 정도로 유난했지. 중국은 그 정도는 아니었고, 이민족인 청대에 들어서는 더더욱 열린 체계였다. 그래서 연암 박지원은, 조선 사대부의 편협함이, 오랑캐라고 폄하하는 청나라의 스펙트럼보다 나을 게 뭐가 있냐는 비판을... 


  가라타니 고진은, 외세의 침입이 잦았던 반도국가의 성향으로 이야기했는데, 자세한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 구절을 적어놓을 걸, 책을 다시 빌려야 할 판. 고진의 책을 읽을 때도 적어놓을까 말까 하긴 했었는데... 


  유선 문학의 작가들은 대개 때를 만나지 못한 선비들이었다. 기득권이 되지 못해, 그들의 이념과 배치되는 문학을 지었다는 건, 어찌 보면 순수한 취지는 아니지. 그래서 조선문학사에서 김시습, 허균, 박지원 같은 대문호들의 열린 체계가 중요한 거점인 것. 그리고 그들에겐 소설의 판타지적 요소가 사상적 도구였다. 


  서양문학사에서도 비슷한 현상이었지만, 성리학적 체제가 완강했던 시대에 정치 비판을 직설적으로 할 수가 없으니까, 소설의 형식을 빌려 풍자했던 것. 불교와 도교 사상을 펼치기에도 소설의 형식이 보다 자유로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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