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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편집장 Oct 11. 2022

르네 지라르, 프레이저, 프로이트 - 살해된 왕

카니발, 캐리비안의 해적

문학비평가 르네 지라르는 고대의 훌륭한 임금들은 대부분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대중들의 희생양이 되었고 대중들은 죄의식 때문에 그들을 신성한 존재로 미화했다는 가설을 제시한 바 있다. 


... 일찍이 인류학자 프레이저가 증언한 바 있듯이 고대의 왕들은 재난이 닥칠 경우 제의적인 방식으로 희생되었다. 왕은 우주의 기운을 상징하기 때문에 재난이 생길 경우 이는 왕의 기운이 쇠퇴한 것으로 여겨졌다. 이때 노회한 왕을 빨리 제거하고 젊고 신선한 기운을 지닌 새로운 인물로 교체해야 나라의 재난이 사라진다는 것이 고대인의 일반적인 관념이었다. ... 


- <이야기 동양신화>, 정재서, 김영사, p342 -

  프로이트에 따르면 모세는 출애굽의 과정에서 유대민족에게 살해당했다. 혼란기에는 너무 올곧은 리더십도 지탄을 받기 마련, 그러나 가나안에 도착한 유대인들은 새로운 시대의 질서가 필요했고 자신들이 저지른 과오를 도리어 율법적 이데올로기로 삼는다. 조선이 고려를 충신으로 죽은 정몽주의 충(忠)을 복권시킨 것과 같은 경우.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 망자의 함>에서 부족의 추장으로 추대 받던 잭 스패로우가 갑자기 제물의 신세로 전락하는 장면이 나온다. 고대에는 정치적 지도자가 샤먼을 겸하고 있었잖아. 일부 원시 부족은 자신들의 삶 앞에 가로놓이는 부정적 현상에 대한 책임을 신의 대리인에게 따져 물었다. 이런 제의적 살인은 식인(食人)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제사 음식을 친지끼리 나누어 먹듯, 부족들은 샤먼의 육신을 섭취함으로써 신성을 나눈 것. 


  식인종을 뜻하는 ‘Cannibal’의 어원은 콜럼버스의 보고에 의해 식인자라고 간주된 카리브족(Caribs)에게서 유래한단다. 스페인식 발음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카리브’가 ‘카니브’로 변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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