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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편집장 Oct 15. 2022

일본 신화와 미야자키 하야오 - 버블 경제 이후

<원령공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은 불멸의 존재이지만, 북유럽 신화의 신들에겐 죽음이 있다. 기후적 환경이 신화에 투영된 경우란다. 풍요로운 에게해와 척박한 스칸디나비아의...

  우리나라의 귀신은 생전의 한을 풀고자 나타나는 경우가 일반적이잖아. 일본의 귀신들이 원한의 대상뿐만이 아닌 무작위로 해악을 끼치는 이유는, 일본인들에게 내재되어 있는 재해에 대한 두려움이란다. 지진과 쓰나미 앞에서는,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평가로 생사가 갈리는 게 아니니까. 때문에 귀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이유가, 일본인들의 무의식 속에는, 우리를 괴롭히지 말아 달라는 의미가 더 크단다. 신사 참배도 마찬가지고... 


  같은 연유로, 일본인들에게는 고대 애니미즘의 영향이 있단다. 사물에도 혼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한다는 거야. 애니미즘과 애니메이션은 같은 어근이라잖아. 융의 ‘아니마’도 그렇고... 일본 애니메이션에는 요괴들이 많이 등장하기도 하잖아. 또한 정신분석의 인문이 강한 풍토이기도 하고... 


  일본의 버블 경제가 터지고, 그들 스스로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표현한 시기에 대히트를 한 작품이, 미야자키 하야오의 <원령공주>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란다. 고대 신화의 모티브가 일본인들의 정신에 내재되어 있는 순수를 건드렸다는 평. 일본의 과거에서 찾을 수 있는 해법들이 꽤 있다. 국민들이 경제에 배신을 당했을 땐, 관심이 정신적인 것으로 옮아간단다. 버블 경제 이후 일본에 미술관이 그렇게 많이 생겼대. 우리나라도 그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는 것 같지? 미술 시장도 점점 커지고 있고... 


  개인의 역사에 있어서도 그렇잖아. 사회적 물질적 욕망을 추구하던 끝에, 어느 순간 회의감으로 돌아설 땐 정신적인 것을 추구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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