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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편집장 Nov 08. 2022

고미숙 작가의 사주명리학 -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

안티 오이디푸스

... 그해는 무자년(戊子年), 운기상으로 ‘불의 해’였다. 그래서인가. 남대문이 불타고 난 후, 봄부터 미국산 소고기 수입과 광우병 문제가 불거지면서 촛불시위가 시작되었다. 시간이 갈수록 촛불의 행진은 가열 차게 달아올라 거의 100만에 육박하는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왔고, 그 불길은 여름이 돼서야 겨우 잦아들었다. 그리고 그해 겨울, 끔찍한 화재를 동반한 용산대참사가 벌어졌다. ... -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 고미숙, 북드라망, p16 -


... 우리에게 죽음은 오직 통계 수치로만 존재한다. 따라서 아무리 죽음의 숫자가 늘어나도 죽음의 지혜는 증식되지 않는다. 죽음을 체험한 이들은 여기에 있지 않고, 여기에 있는 이들은 죽음에 대해 알지 못한다. ... - 같은 책, p20 -


  물상적으로 戊는 대기에, 子는 물 입자에 비유되기도 한다. 子의 지장간 속의 癸가 戊랑 명암합으로 묶여 火가 되는데, 수증기처럼 확산되는 모습이다. 아마도 이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그러니까 火가 꼭 불이고, 水가 꼭 물인 것이 아니다. 자연의 물상 중에 가장 가까운 것들로의 알레고리일 뿐이지. 水극火지만, 응축의 에너지인 水가 확산적 에너지인 火를 향해가는, 결국 火는 水의 목적성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지성인, 고미숙 작가. 이 책을 출간한 건 알고 있었지만, 이제야 읽고 있다. 그녀의 관법이 궁금해서라기 보단, 그녀는 이 영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가 궁금해서... 그리고 경희대 중문과 박사들과 진행 중인 도교 기획에서 내가 맡은 카테고리를 그녀의 소제목으로 대신하자면 '신비와 미신 사이'다.     


  관법 자체는 그닥 현대적이진 않고, 인문학자이다 보니 그 해설도 실전형이라기 보단 인문형이다. 그래도 참 인문적 스펙트럼이 넓은 분이지. 그 배움의 자세를 배울 필요가 있는 거지. 이 책의 부제가 ‘사주명리학과 안티 오이디푸스’, 즉 들뢰즈의 생성론을 전제로 깔고 가는 전개다. 들뢰즈에 관한 저서에는, 이진경 교수한테 배운 지식이라는 워딩까지 남겼다. 자신이 잘못 이해한 거라면, 다 이진경 교수 탓이라는 농담으로... 공자가 그런 말을 하잖아. 궁금한 걸 묻는 일에는 고하가 따로 없고, 배움에는 위계가 없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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