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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편집장 Nov 15. 2022

들뢰즈, 주름 - 잠재성, 안에 있는 밖

모나드와 사주팔자

... 이러한 알파벳은 구성 요소의 수가 적어서 학습이 매우 용이하므로, 다른 민족들이 문자를 배우는 데 낭비하는 시간을 반성과 관념의 분석에 할애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렇게 되어 언어의 내부에서, 매우 정확하게는 분석과 공간이 서로 합류하는 말의 주름에서 초보적이거나 무한한 진보의 가능성이 생겨난다. ... - 미셸 푸코, <말과 사물>, 이규현 역, 민음사, p179 -


... 십신은 팔자가 ‘사회체’, 구체적으로는 사회적 표상들의 마주침에서 일어나는 기운의 배치라고 했디. 여기엔 아직 주체와 대상이 없다. 기운들의 흐름과 그것들이 자아내는 사회적 표상과 욕망의 주름만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 주름에 주체와 대상을 부여하는 것이 ‘육친법’이다. ... - 고미숙,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 북드라망, p152 -


  <말과 사물>을 정리함에 있어, 굳이 ‘주름’이란 키워드를 소주제로 잡을 일은 아닌데, 마침 함께 읽고 있는 고미숙 작가의 책에도 자주 등장하길래...


  도올 교수가 <도덕경>의 ‘현빈(玄牝)’ 개념을 설명할 때 예로 든 것이 ‘자궁’이다. 주먹 안에 동전을 쥐고 있다면, 동전은 체내에 있는 것일까? 체외에 있는 것일까? 당연히 체외다. 자궁도 안으로 말려 들어간 체외라는 거야. 라이프니츠 - 들뢰즈에게서 ‘주름’ 개념도 이 맥락이다. ‘안으로 말려들어간 밖’이란, 외부조건에 응하여 발현되는 내 안의 잠재성이란 의미다. 들뢰즈는 이 이외에도, 애벌레, 스프링, 습곡, 옷감의 주름... 많은 사례를 다양한 패턴으로 설명한다. 그냥 잠재성으로 이해해도 무방하다. 


  들뢰즈는 이 주름 개념을 통해, 라이프니츠의 모나드 이론을 숙명론으로 활용하진 않는다. 고미숙 작가는 사주팔자의 메커니즘이 그렇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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