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캡틴 마이 캡틴
<죽은 시인의 사회>의 감동적인 장면을 다시 돌아보면... 학생들이 일사불란하게 책상 위로 올라가는 건 아니다. 그 부당함을 알면서도 처음에는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한다. 그런데 평소 자신감이 부족했던 앤더슨부터 책상을 밟고 올라선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여전히 갈등하고 있는 다른 학생들의 면면이 스쳐지나가고, 결국 각자의 단호한 결의들로 책상을 밟고 올라선다. 결단의 순간에 용기가 행위로 비집고 나오는 건, 지금 하지 않으면 나중에 이 순간을 돌아볼 때마다 후회를 할 것 같아서겠지.
그런데 교실 안에 있던 모든 학생이 다 책상 위로 올라간 건 아니라는 거지. 그렇다고 저들이 비겁한 건 아니야.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명문 사립을 택한 이들도 분명 있을 테고, 그들에겐 목적성에 맞지 않는 교사였을지 모르고... 또한 동참하지 않는 학생들 중에도 훗날 후회로 돌아보는 경우가 있었을지 모르고...
저 모습이 사회의 현실이기도 해. 당신은 어느 쪽일까?
이 업계에서 일하다 보면, 문학의 가치를 그닥 믿지 않게 된다. 더 이상은 문학이 행동하는 지성과 양심을 길러내는 시대가 아닌 것 같다. 철학도 마찬가지고... 그런 '캡틴'이 없는 시대인지도 모르겠고... 인류를 사랑한다는 듯 거시적이고도 거창한 문장을 써 내리면서도, 한 인간에 대한 미시적이고도 상식적인 예의를 다하지 않는 경우들이 숱한 지식 사회라... 물론 내가 겪은 이들에 한정된 이야기이겠지만서도, 그냥 그런 생각이 들 때가 많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