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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편집장 Jan 06. 2023

아도르노/호르크하이머, <계몽의 변증법> - 전체주의

경제와 심리

... 냉철하게 헤겔과 형이상학 일반으로 떨어져나오려 하는 계몽 자체에도 해당된다. 왜냐하면 계몽은 어떤 ‘체계’ 못지않게 전체주의적이기 때문이다. ... 자연은 양자 이론 이전이든 이후든 수학적으로 파악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식에 들어맞지 않는 것. 즉 ‘비분해성’이나 비합리성이 수학적 원리에 의해 왜곡되는 것이다. ... 계몽은 사유와 수학을 일치시키려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수학은 고삐가 풀려 ‘절대적 심급’으로 부상한다. ... - 아도르노/호르크하이머, <계몽의 변증법>, 김유동 역, 문학과 지성사, p54 -


  <어린 왕자>에도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 어른들은 세계를 수로 이해한다고... 세계를 수로 환산하는 것. 즉 경제적 논리와 물신화된 정신이 전체주의를 조장한다는 거야. 세계대전 이면에는, 식민지를 수탈하는 것과 동시에 그 식민지를 시장화하려는 목적, 즉 경제 논리가 있었던 거잖아. 레비나스는 이기심의 집단화라고 표현한다. 그것이 부조리한 일이라 해도 자기 삶에 이익이 된다면야 기꺼이 정당화하며 전체가 되는 것. 부조리한 정치인들을 다시 뽑아주는 이유도 그렇지. 그 부조리함으로 지역 민심을 흔들 수 있는 전시적 사업을 얼마나 잘 따내겠어. 


  아렌트의 <전체주의 기원>은 아직 읽어보지 않았는데, <인간의 조건>에서도 사적 영역의 공적화에 관해 이야기한다. 예를 들면 사랑에도 경제적 논리가 침투해 있다는 것. 정신분석으로 이야기하자면 사회적 무의식, 그 상징계에 주체가 휘둘린다는 것. 이렇듯 이 제네레이션에게 경제와 심리, 그리고 전체주의와의 상관성이 관심사였다.

  훗날 보드리야르가 이미지를 소비하는 현대 사회에 대해서 이야기는데, 지금의 시대에 더 유효한 지적이지.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위해 여행을 떠나고 맛집에 들어가는 경우가 얼마나 많아. 여행지와 음식보단 그것을 소비하는 자신의 이미지가 목적이다. 이런 내용의 칼럼들이나 책들이 많이 있잖아. 이런 이론들이 이미 아도르노의 제네레이션서부터 거론되기 시작한 거. 이미 그 사회를 지배하는 헤게모니에 휘둘리는 개인들이, ‘개성’ 운운하면서도 다 똑같은 걸 하게 되는 상업화에 대해서... 


  경제와 문화의 상관을 저술한 대표작으로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 이거 읽어보면 정말이지 환장한다. 어찌나 글을 어렵게 써놓았는지... 지금 다시 읽으면 어떤 느낌일지 모르겠으나, 처음에 뭣도 모르고 집어들었을 땐, 더듬더듬 읽어가면서도 읽고 나면 뭔 이야기인지 도통 모르겠는... 그에 비해 아도르노는 지금의 시대에도 생각해 볼만한 현상들에 대한 고찰을 재밌게 써놓은 편이다. 대표적으로 그 시대에 유행했던 캠핑 문화와 캠핑 상품들에 관해서... 우리나라에서는 지금 유행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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