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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편집장 Feb 03. 2023

강백호에게 서태웅, 나를 변화시키는 사람

<슬램덩크>, 명장면

  자칭 ‘천재’의 자기애, 이 고집불통을 움직일 수 있는 건 이젠 단 한 사람 뿐이다. 채소연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시작했던 농구, 그러나 농구를 정말 사랑하게 된 강백호에겐 채소연을 향한 마음보다도 서태웅을 향한 마음이 더 큰 동력이다. 같은 가치 체계를 딛고 있는 이들 사이에서의 열망이란 때로 이성에 대한 사랑을 넘어선다. 


  이 즈음엔 강백호도 서태웅을 인정한다. 도저히 인정하기 싫지만, 농구에 대해 알아갈수록, 풋내기의 지평에서 벗어날수록, 다른 농구인들이 쏟아내는 서태웅에 대한 찬사가 이해되기 시작한다. 실상 자신의 이상으로 삼는 모션들이 서태웅의 몸에 새겨진 시간들이란 사실까지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강백호가 보기에도 서태웅은 에이스다.


  ‘전국 최강’이란 팀과 맞붙은 2회전, 충분히 자신의 진가를 발휘한 서태웅은 이 경기를 반드시 이기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강백호의 전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서태웅에게도 강백호는 이미 중요한 타자가 되어 있다. 언제나 그 표현에 살가움이 없을 뿐이다. 그 특유의 살가움 없는 관심이 강백호를 움직인다.

  농구를 시작한지 채 한 학기가 되지 않는 시간, 수틀리면 박치기 신공부터 펼쳐대던 강백호에게 이제 싸움의 능력치는 별 의미가 없다. 자신의 가치를 농구로 증명하고 싶다. 서태웅의 존재는 그렇게 변화된 가치 체계로 가닿는 애증이기도 하다. 자신을 움직일 수 있는 중요한 타자가 있다는 건, 그렇듯 변화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서태웅을 통해 강백호는 매 순간 변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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