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이 우리를 비껴가지 않는 이유>
연못이 하늘에게 말했다.
"니가 매일같이 푸르다면, 나 역시 항상 푸를 거야. 나를 소중히 생각한다면, 어떻게 비를 내려서 흙탕물을 만들고, 흐린 날씨로 내 물빛을 흐리게 할 수가 있어?"
그 이후로 하늘은 계속 맑기만 했다. 연못의 물을 계속 말라갔지만, 연못이 원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하늘은 끝내 비를 내리지 않았다. 연못은 갈라진 바닥을 드러내도록 하늘에게 비를 내려달라 하지 않았고, 다시는 하늘을 담을 수 없었다.
연못은 그냥 좀 더 사랑해 달라는 말을 어쩌다 저렇게 해버린 거잖아. 하늘에게서 그런 대답을 듣고 싶었던 건 아니고... 하지 말란다고 정말로 하지 않는, 눈치 없는 하늘에 연못은 더욱 말라간다. 실상 지금 이 상황, 아닌 척 모른 척, 하늘도 약간의 몽니를 부리고 있는 거거든.
다시 비를 내리고, 연못이 못 이긴 척 그 비를 받아들이며 다시 투정할 수 있도록, 그냥 내 잘못이었다는 결론의 모양새로 연못을 지켜주는 것. 그로써 연못이 담을 수 있는 하늘도 지켜내는 것. 그런 게 하늘처럼 사랑하는 법이 아닐까? 연못도 자기가 너무했다는 사실을 모르진 않거든.
- <불운이 우리를 비껴가지 않는 이유>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