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혀버린 이야기
다람쥐는 겨울잠을 자는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몸에 지방을 축적해 놓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가끔씩 깨어나 먹이를 먹기 위해 자신들이 자주 드나드는 동선의 여기저기에 도토리를 묻는 것이라고... 그런데 묻어 놓은 것들 중 태반을 찾지 못한단다. 다람쥐가 잃어버린 그 도토리들은,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며 숲의 도토리나무로 자라난다. 다람쥐들이 잃어버린 수많은 도토리들이 도리어 다람쥐를 존재할 수 있게 하는 도토리로 순환을 하는 것.
나만의 슬픔으로 묻혀버린 이야기, 통째로 드러내진 삶의 시간들, 실패의 사연들이 언제 어디서 싹을 틔울 씨앗으로 심어져 있는지도 모르는 일. 내가 잃어버린 것들이 지금껏 나를 존재하게 한 이유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어느 날이 다가올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