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의무
알 수 없는 건 그런 내 맘이
비가 오면 눈물이 나요.
파블로프의 고전적 조건화인가? 프루스트의 비자발적 기억인가? 여기서 프로이트의 트라우마와 사후성을 설명할 건 아니고, 심수봉의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이라고 해두자.
비 오는 날을 무척이나 좋아했던 사람. 창가를 두드리는 빗물 소리가 듣기 좋다며, 굳이 자신의 전화기로 그 빗소리를 전해주던…. 날씨가 다를 정도의 먼 거리로 떨어져 산 것도 아니고, 분명 내 창가에도 내리고 있던 빗물이건만…. 창가로 불어오는 비 냄새가 그렇게 좋다며, 나도 한 번 창문을 열고서 맡아보라던 친구. 졸리고 귀찮아도 대화에 집중하고 있다는 증거로, 억지스럽게 조합한 감상의 언어를 전화기 너머로 돌려주어야 했던 날들. 원래 그렇게 유치할 권리와 피곤할 의무로 지속하는 행복이 사랑이기도….
비 오는 날에 일부러 창문을 열어본 지가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추억도 뭣도 아닌데, 사람은 잊혀져도 그 순간에 함께했던 정서는 떠나가지 않는다. 끝내 프로이트로의 설명.
- <불운이 우리를 비껴가지 않는 이유>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