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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편집장 Mar 16. 2023

미셸 투르니에와 질 들뢰즈

문학과 철학

  "투르니에의 소설은 설명하기보다는 보여줄 뿐이다." - 질 들뢰즈 -


  철학이 세계를 해석한다면, 문학은 그대로 보여준다. '그대로 보여주는' 스토리텔링에 관한 선망이었을까? 들뢰즈는 문인들을 칭송하는 어록을 꽤 많이 남긴 편이다. 죽기 직전까지 들여다 보고 있던 원고도 문학에 관한 것이었단다.

  철학과 교수를 꿈꿨던 투르니에는, 대학교수 자격시험에 낙방한 사건이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겠지만, 대학 동기였던 들뢰즈에 비한다면 자신이 발군의 역량은 아니라는 사실을 진즉에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돌아보면, 하필 들뢰즈였던 것. 훗날 현대철학의 거장이 되어버리는, 비교 잣대가 너무 고퀄이었던 경우. 그래도 들뢰즈와는 평생의 지기였던 문인이다.


  문학에서 진로를 다시 모색한 투르니에는, 이런 저런 이력을 거쳐, 우리나라 나이로 치면 44살에 등단을 한다. 들뢰즈는 투르니에의 첫작품이자 대표작인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에 관한 논문을 쓰기에 이른다. 늦게 꽃피운 재능일망정, 들뢰즈는 그런 투르니에가 자랑스럽기도 부럽기도 하지 않았을까? 마침 투르니에의 소설에 관해 들뢰즈가 쓴 논문은, 주체에게 부단히도 영향을 미치는 '타인'이 주제였다. 문학사와 철학사의 두 거점은 서로에게 그런 타인이기도 했다.


  문학과 철학, 두 영역에서 모두 출중한 능력치를 증명할 수 있다면야 더할 나위 없겠지만, 사르트르의 <구토>가 재미있다는 평을 들어봤나?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쉽게 읽히길 하던가. 그에 비해 철학의 길을 둘러온 투르니에의 글들은 참 재미있게 읽힌다.


- <문장의 조건>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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