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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편집장 Apr 06. 2023

화이트헤드 어록 - 엉뚱함의 똘기, 혹은 망상

지식을 대하는 태도

   “모든 새로운 아이디어는 처음 나왔을 때에는 바보 같은 면을 지니고 있었다.”


  화이트헤드의 어록, 하긴 철학이란 것도 엉뚱한 물음으로부터 치밀하게 파고들어가는 사유의 서사이다. 그 물음에 대한, 당대 사회가 용인할 수 없는 대답으로, 소크라테스는 독배를 들었고, 스피노자는 파문을 당했고, 쇼펜하우어의 수업은 폐강이 되었고, 니체는 소외와 왜곡을 겪었다.


  요즘말로 하면 조금의 똘기도 필요하다반듯한 성향이란, 때로 체제 순응적이란 말의 다른 표현일 때가 있으니가. 문제는 간혹 똘기와 망상을 분간하지 못하는 경우들도 있다는 거상식에서 벗어난 모든 걸 기지와 재치로 끌어안는 자기애가, 그에 대한 어떤 반론도 용인하지 않는다.

  “근본적인 진보는 아주 기본적인 개념들을 재해석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화이트헤드의 어록 하나 더. 만약 니체를 재해석하고 싶거들랑, 니체의 전제와 근거로부터 뻗어 나와야 그도 재해석인 것이지. 니체에 관한 자기 생각은 이렇다면서 그저 자기 임상에 관한 주장만 늘어놓는다면, 그건 저 자신에 대한 해석이지. 출판사 메일로 이런 성향의 원고가 꽤 들어오는 편이다. 물론 매대가 어디냐에 따라 그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는 일이지만, 대개 지식을 대하는 태도는 글에 대한 태도로 이어진다. 출간의 루트가 다양해지고 문턱도 많이 낮아진 시절에, 더군다나 작은 출판사 입장에서는, 기본에 충실한 저자 분들이 귀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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