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고르는 방법
마셜 맥루언은 우선 69쪽을 펼쳐보고 거기서 뭔가 인상적인 것을 발견하지 못하면 그 책을 읽지 않았단다. 이는 아무 페이지나 펼쳐보아도 괜찮은 내용이다 싶으면 그건 괜찮은 책이라는 의미겠지? 즉 표집이 전체를 대변한다는 것.
내 책의 69페이지들에는 어떤 내용을 적어 놓았을까? 살펴보니, 여러 의미에서 조금은 자신 없는 페이지인 걸. 분명 그 모두가 최선을 다해 쓰는 글들이지만, 또한 조금 괜찮다 싶은 글들만 묶어서 출간하는 책이지만, 그것들 중에도 상중하가 나뉜다. 그러면 쓸 때 아예 ‘상’으로 쓰면 될 것을, 그런 마음가짐으로 써내려도, 쓰고 나서 보면 언제나 제 적량을 유지하는 분포도.
그림은, 언제고 표지로 사용해 보고 싶은, 이정호 작가님의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