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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편집장 Apr 12. 2023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 삶의 부조리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날이 좋아서날이 좋지 않아서날이 적당해서


   나는 <도깨비>를 제대로 다 시청하지는 않았다그러나 이 대사와  드라마 ost는 좋아한다얼핏  <이방인>의 어느 페이지를 떠올리게 한다차이라고 한다면, 뫼르소는 햇살로 인해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

  뫼르소는 소위 사회부적응자다관계의 질서 체계를 낯설어하는 규칙 밖의 인간그에겐 원초적인 충동에 와 닿는 세계에 대한 감흥이 더 중요하다냄새에 민감하고들려오는 것들에 집중한다햇살을 구경하는 일손끝으로 스치는 바람을 느끼는 일이 보다 중요하다.


  사형집행 전날자신을 찾아와 구원의 진리를 늘어놓는 신부가 딱하다. 신부가 말하는 진리라는 게 도대체 무엇일까뜬 구름 잡는 듯한삼류 형이상학 같은 진리의 추종자는 참 고집스럽기도 하다자신은 적어도 신이 내린 모든 것들에 감동할 줄 아는데..신부의 목적은 정녕 구원에 있었을까? 자신의 존재의미를 해명해 줄 죄가 필요했던 것일까?


  카뮈의 철학은 세계에 대한 즉물적 감흥으로부터 시작한다. 또한 그 감흥에 대한 표현이 이미 계열화 된 문학적 수사에 갇히는 문제를 경계했던 그의 문학이기도 하다들뢰즈의 어록으로 잇대자면풍광은 언어에 머무르지 않는다손끝을 스치는 바람을 느껴보는 일그로부터 다시 쓰여지는 삶이 차라리 문학이고 철학이다.


  이 세계는 플라톤적이지 않다. 다분히 스피노자적이며 궁극엔 니체적이다. 관건은 신체와 감각으로 순간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 이 세계를 말과 글로, 지식으로, 텍스트적으로 인식하는 이들과, 삶으로 직접 만끽하는 이의 존재론적 차이. 그 극간으로부터 다시 쓰여지는 이야기들. 그렇게 열리는 삶을 향한 에로스.


  카뮈가 말하는 '부조리'란, 그런 극간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잖아. 이를테면, 소설 같은 사랑을 하고 싶지만, 소설의 주인공처럼은 살지 못 하는 경우. 그 부조리한 극간으로 밀려드는 공허, 그 공허를 밀어내는 대리물을 찾으려는 노력을 잇대는 삶.

  물론 카뮈의 소설이 뫼르소의 살인을 미화하려는 의도이기야 하겠는가. 뫼르소는 죽음 앞에서 삶에 대한 의미를 뒤늦게 재정립한다실존철학은 자신을 규정짓는 조건들의 성격을 재고해보자는 취지, 인식의 조건을 달리하면 존재하는 세계가 달라진다. 언도된 사형 앞에서, 미리 당겨진 죽음 앞에서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기도 하는, 어떤 의미에선 실존주의자. 그리고 카뮈 저 자신이었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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