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타 모란 <아이를 잃은 엄마가 쓴 시>
제발 내가 그것을 극복했는지 묻지 말아 주세요.
난 그것을 영원히 극복하지 못할 테니까요.
...
내게 아픔에서 회복되기를 빈다고 말하지 말아 주세요.
잃은 슬픔은 병이 아니니까요.
...
제발 내가 마음껏 울도록
지금은 다만 나를 내버려둬 주세요.
- 리타 모란 <아이를 잃은 엄마가 쓴 시> -
데리다는 말년에 ‘나는 매일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저런 철학자들이 한 마디씩은 다 하는 죽음이란 주제가 뭐 새로울 게 있었겠냐만, 이때 데리다는 췌장암을 선고를 받은 상태였다. 조금씩 죽음 가까이로 다가가는 인생의 끝자락에서, 데리다는 마지막으로 이전까지 지니고 있던 ‘죽음’에 대한 관념을 해체한다.
죽음의 과정을 직접 겪고 있는, 혹은 가까이서 지켜보는 이들에게는 그것이 생명의 본질적인 요소로 간주되지 않는다. 더 이상 추상적이지도 않고, 어떤 성찰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끝을 향해 가는 인생의 마지막 챕터에는 에피쿠로스도 하이데거도 없다. 사랑하는 모든 것을 여기에 두고서 떠날 서투른 채비와, 혹여 내일이 그날이 아닐까 하는 불안으로 기다리는 죽음이 있을 뿐이다. 그 애끓는 심정이 잘못은 아닐 터, 죽음에 대한 이런저런 정의보다야 차라리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마지막 모습은 아닐까?
- <순간을 바라보는 방법>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