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화려한 절망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그 사람의 잘못인 것도 아닌데, 또 한편으로는 그렇게 서운할 수가 없고... 많고 많은 사람 중에 왜 하필 나를 사랑하지 않는 당신인지, 또 왜 하필 당신을 사랑하게 된 나인지. 그렇다고 그 사람밖에 사랑할 수 없게 된 마음이 내 잘못인 것도 아닌데...
쇼펜하우어가 내장 근육에 빗대었듯, 사랑이란 게 어디 내 의지대로 되는 일이던가. 쇼펜하우어 철학에서는 역설적으로, 내 의식적 의지대로 되지 않는, 그 바깥에서 들끓고 일렁이는 이 무의식적 열망이 '의지' 개념이다. 니체에게서 보다 확장되는, 불교의 유식론과 정신분석의 가교 역할을 하는...
그 맹목적 에로스에 속절없이 이끌려가는, 사랑이라는 화려한 절망. 그러나 사랑이 사랑인 것은, 치명성을 알면서도 빠져들 수밖에 없기에...(진중권)
그림은 Alexey Tchernigin의 작품. 러시아 작가인듯 한데, 딕션이 어떻게 되는 건지는 정확히 모르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