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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편집장 Apr 24. 2023

철학자의 말, 키에르케고르 - 진정한 이웃

성급한 일반화

  진정한 이웃은 죽은 이웃이다. - 키에르케고르 -


  어록 자체가 그렇게까지 멋드러진 경우는 아니지만담고 있는 의미는 한 번 곱씹어 볼 만하다이 어록의 앞뒤를 잇는 맥락은 측근의 오지랖을 경계하라는 것지나간 날들에 우리가 했던 사랑을 돌이켜보면그 사람을 사랑함에 있어 1차적 훼방꾼들은 그 사랑에 갖은 훈수를 쏟아내던 측근들이었다비극은 내가 사랑했던 그 사람 곁에도 그런 측근들은 있었다는 것사랑이라는 게 언젠가부터는 사랑의 당사자들보단 그 주위를 겉도는 담론끼리 충돌을 한다나에게는 그토록 단호할 것을 종용하는 이들이저 자신의 사랑에까지 단호한 경우를 봤는가물론 사랑이라는 게조언자들 스스로에게서도 가능하지 않은 그 조언을 따르게 되는 감정도 아니거니와그 말을 따랐다가 어긋날 사랑이라면 실상 인연도 아니었던 것이다.

  키에르케고르의 실존’ 개념은 성급한 일반화에 휘둘리지 말라는 함의이다현상을 마주하고 있는 각자의 입장에 따라세계에 대한 인식과 해석도 달라지는 법하여 단독자의 자세로 진리의 방향성을 고심하라는 이야기측근들의 조언이란 게대개 나 같으면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뉘앙스이지만실상 같은 상황에 놓이면 그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한 발자국 뒤에서 지켜보는 있을 때야 쉬워 보이고자신의 생각대로 하면 뭐라도 될 것처럼 말하지만...


  이 놈은 이게 맞다고 하고저 놈은 저게 맞단다그들끼리도 서로 다른 견해이지만나의 의지에 반하는 같은 방향성이란 이유만으로 그들은 쉬이 화합을 이루어낸다한 놈의 견해를 따르려 해도 저 놈의 견해는 따를 수 없는 상황이 놈을 따른 결과가 실패라도 하면저 놈이 또 한 소리를 늘어놓는다. ‘것 봐 내 말대로 안 하니까 그 모양이지라며저 놈의 말을 따랐어도 그 결과가 어찌 되었을지 모를 일이지만그 결과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저 놈의 확신을 공고히 한다.

   지금 이 순간의 결단이앞으로 나의 삶을 어떤 방향성으로 이끌 것인가의 고민 속에 느끼는 불안은 당연한 것이다때문에 실존의 계보들이 이 불안을 주제적 결단의 자연스런 과정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해 봐서 잘 되면 좋은 것이고안 되면 그만인 이들에게 불안이 있을 리도 없다그래서 제3자의 조언 속에 불안은 없고확신만 그득한 것실상 그들 자신도 확인해보지 못한 가설을 내 비용을 들여 시험해보라 권고하는 무책임함인 경우가 대부분물론 악의가 있어서 그런 것이야 하겠냐만또 그렇게까지 선의도 아니라는 거물론 스스로도 먼저 숱하게 반성을 해봐야 할 일이고타인의 의견에도 열려 있어야 하는 일이지만누구를 원망할 수는 있어도 누구도 대신 책임질 수 없는 선택의 최종결정자는 결국 자기 자신이라는 거.


- <순간을 바라보는 방법>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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