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창애(答蒼厓), 아이와 나비
"아이가 나비 잡는 것을 보면 사마천의 마음을 이해할 수가 있다. 앞다리는 반쯤 꿇고, 뒷꿈치를 비스듬히 들고서, 손가락을 집게 모양을 한 채로 살금살금 다가가, 잡을까 말까 주저하는 순간, 나비는 날아가 버린다. 사방을 둘러보면 지켜보는 이가 아무도 없건만, 홀로 어이없는 듯 웃다가, 부끄럽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는, 이것이 바로 사마천이 글을 쓸 때의 심정이다."
사마천의 <사기>와 관련해, 연암 박지원이 절친한 벗에게 조언을 건네고 있는 것. 글에 대한 욕망을 지닌 이들이라면, 아니 그 이외의 모든 크리에이터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글귀일까? 잡았다 싶었을 때 다시 놓치고 마는 그 무엇. 갈마드는 고뇌와 환희 속에서 최선을 다해도, 언제나 흡족하지 않는 결과. 돌아보면 한없이 부끄러워 다시 길을 잃는 허무함.
달리 생각해 보자면, 불완전으로 짊어지고 있는 그 결핍감이 되레 열정의 동력인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삶 역시 그러하지 않을까? 비어 있는 공간들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처럼, 결여의 자리로 차오르는 역동은, 그 자체로 열망을 유지하는 안정성인지도... 완벽으로부터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