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아학파
“과거는 망각의 손에 맡기고, 미래는 신의 손에 맡기면 된다. 우리의 손에 맡겨진 것은 현재 뿐이다.” - 세네카 -
그렇다면 우리에게 맡겨진 현재에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은, 스토아학파 계보답게 ‘자기수양’이다. 그런데 그 수양이란 것이 다소 미래지향적인 성격이기도 하다. 그의 ‘instructio’ 개념으로 대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는 우연에 대한 준비도 개념으로 번역된다. 격투기 선수들이 기본기를 착실히 다지는 이유는, 그 모션들이 모든 우연적 상황을 예비하는 경우의 수이어서가 아니다. 그 기본기가 일단 몸에 익은 상태에서, 이런 저런 상황적 변수에 대처하기 위함이다. 그런 ‘준비’ 개념으로서의 수련을 반복하듯, 마찬가지로 정신의 수양도 지혜로운 삶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것.
어록 자체만 놓고 보면 요즘 서점가의 화두와 부합하는 주제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카르페디엠(carpe diem)’만큼이나 자기 유리한대로 해석되어지는 문장이 또 있을까? 미래에 저당 잡히는 현재도 문제이겠지만, 미래를 방치하면서 즐기는 현재 또한 문제이긴 마찬가지 아닐까? 어쩌면 아무것도 잉태하지 못하고 그저 순간으로 소비되는, 저당 잡힐 것조차 없는 지금에 대한 변명인지도 모르고….
- <순간을 바라보는 방법>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