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 독자의 해석
"창조적인 작가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책을 읽는 독자들을 존중해야 한다. 그는, 말하자면 병 속에 넣어 바다에 띄운 편지처럼, 이미 자신의 글을 세상에 던져 놓았기 때문이다." - 움베르토 에코 -
글이라는 게, 꼭 작가의 의도대로 독자들에게 전달되는 것만은 아니다. 이를테면 소설 속에서 공간을 묘사하는 구절들을 읽어내리다 보면, 독자들은 작가와의 싱크로율대로 그 공간을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고 자신이 겪은 어느 비슷한 공간의 기억을 이입하기 마련이다. 이것이 이미지를 미리 던져주는 영화와의 차이이기도 할 터. 작가가 창조한 세계는, 독자들마다 그것을 이해하는 대로의 세계만큼을 존재케하는, 복합체 혹은 다양체로서의 잠재태다.
롤랑 바르트가 '저자의 죽음'이라고 표현했을 만큼, 해체의 철학들은 독자의 손을 들어주는 편이다. 또한 그렇게 다양하게 분화하는 해석들이 그 텍스트를 보다 풍요롭게 만들기도 하니, 작가의 입장에서도 그 다행스런 귀결로의 오해가 싫지만은 않고...
작가의 바다를 부유하다가 독자들마다의 해변에 안착하는, 병 안에 담긴 편지'들'. 때론 그 각자의 해석이 작가의 원취지와 갈등을 빚을망정 문예비평이 문학의 장르가 될 수 있었던 이론적 토대였기도... 물론 해체의 철학이나 에코의 입장은, 그 해석들이 어느 정도 내적 타당도는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전제. 작품에서 언급된 것들로의 유추면 모를까, 얼토당토하지 않은 자기 확장적 해석을 열린 체계로 정당화하는 경우는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