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데리다
요즘 전세계적으로 핫하다는 <흑백요리사 : 요리 계급 전쟁>.
철학에서 구분하는 ‘작품’과 ‘텍스트’는...
‘작품’은 작가의 이력이 전제된 텍스트다. 이를테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을 구매하는 일에는 이미 그의 네임밸류가 포함된 거잖아.
그에 반해 ‘텍스트’란 그 전제를 걷어버린 내용 자체다. 들뢰즈 식으로 말해보자면, 우리가 마치 그가 누구인지를 몰랐던 것처럼, 그의 작품에서 독해되어야만 하는 잠재적인 것을 찾아내는 경우. 쉽게 말해, 이름표 떼고 평가되는 것.
데리다의 ‘텍스트 바깥에는 아무 것도 없다’란 말도 이런 함의다. 텍스트 안으로 스며드는 담론이 없어야 한다는 것. 때문에 저자의 의도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작품 독해가 정답은 아니라는 것. 텍스트를 대하는 독자 개개인의 체험적 정보가 되레 작품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해석의 잠재성이다.
<흑백요리사 : 요리 계급 전쟁>에서는 시각적 정보조차 차단을 하잖아. ‘맛있어 보이는’ 장치들 바깥에서 오로지 맛으로만, 유명 셰프들과 재야의 고수들이 선보이는 텍스트들이 평가된다.
데리다가 말하는 ‘텍스트’란 글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 ‘컨텐츠’라는 의미다.
급식대가나 철가방 요리사, 우리는 이런 컨텐츠를 응원하게 되지 않나?
그러나 각자 스스로의 성향을 한 번 돌아보면, 우리가 얼마나 ‘있어 보이는’ 선행 정보들의 간섭을 받는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