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뢰즈, 페뉠티엠 - 마지막에서 2번째

한계효용

연인 간의 싸움이라는 배치에서도 마지막 한 마디라는 것이 있다. 처음부터 두 사람 모두 다툼을 유리하게 끝낼 수 있도록 해주는 마지막 한 마디를 배치하기 위해 목소리의 크기와 강도를 조절한다. 이리하여 이 마지막 한 마디는 배치의 작동 기간이나 주기의 종언을 표시해주며, 이에 따라 모든 것이 새로 반복된다. 두 사람 모두 이 마지막 한 마디를 기준으로 하려는 말과 최후의 한 마디 말에 도달하기까지의 시간을 모호하게나마 가늠한다. 그리고 이 마지막 한 마디(마지막에서 두 번째 것)를 넘어가면 다른 말들이, 즉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배치, 예를 들어 이별로 두 사람을 이끌게 될 최종적인 말이 나타난다. ‘경계선’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연인 사이의 싸움 끝에서 발생하는 “우리 헤어져!”, “그냥 찢어지자!”라는 말은, 마지막이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는 경계라는 것. 하여 진정한 의미에서의 마지노선은 마지막 말이 아니라, 마지막에서 두 번째 말이다. 아무리 화가 나도 그 말까지는 내뱉지 말았어야 했던 후회를 복기할 때가 있지 않던가. 그 마지막 말이 수세에 몰린 당신을 구원하는 것도 아니다.


들뢰즈가 ‘페뉠티엠’이라는 개념을 설명하는 구절이다. 이것은 마지막의 바로 앞에 배치된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마지막은 새로운 기점이기도 하기에, 진정한 마지막은 마지막 직전의 순서라는 것.

들뢰즈는 아울러 그 한계효용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야’라는 다짐과 의지는 대개 무한히 연장하려 들고 있는 페뉠티엠이다. 하여 그 다짐과 의지를 곧이 믿지는 말 것. 진정성 있는 다짐이라면 마지막은 이미 저번이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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