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아르놀트 하우저
... 동아시아 회화에서는 예컨대 그림자를 그려넣는 것은 너무나 노골적인 효과를 내는 수법이라고 해서 오늘날에도 여전히 배제하고 있다. 이집트 사람들도 이와 비슷하게, 보는 사람의 눈을 속이려는 갖가지 시도에는 어딘지 모르게 비속하고 야비한 구석이 있고, 엄격한 형식을 요구하는 추상적 · 형식적 수렴 쪽이 자연주의의 착각 효과보다 더 ‘고상하다’고 생각했음에 틀림없다. ...
... 정면성의 원리가 발생한 것은 아직 화법이 유치했기 때문이라는 설도 어느 정도는 성립할지 모르나, 그런 기술적 제약에 의해 예술가가 어쩔 수 없이 그렇게 그린다는 것이 이미 있을 수 없는 일이 된 시대에까지도 이 묘사법을 고수한 것을 보면 이 원리가 지켜졌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달리 해석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
-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아르놀트 하우저 -
이집트 미술의 전형이기도 한 ‘정면성’은 신체부위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표상들로 조합한 결과다. 하여 그려진 대상의 개인성보단, 그것이 담지하고 있는 메시지가 부각된다. 이집트 문자와 관련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호(sign)’로서의 기능이다.
피카소와 관련한 설명도 있던데, 피카소의 작업이 다른 각도들의 종합이라면, 이집트 미술은 선별된 각도들의 ‘봉합’이다. 피카소와 연계할 수 있는 점이라면, 소 그림의 변천에서도 알 수 있듯, 단순화의 미학이다.
교통표지판이 단순함으로 의미를 전달하는 기호이듯, 그림을 보는 이들에게 권위를 각인시키고 존경을 종용하는 효과였다는 거야. 이 시대에 사실적인 묘사가 가능하지 않았던 게 아니라, 그런 화풍은 세련되지 않다는 인식이 있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