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의 해석
"일곱 살 아이에게 셰익스피어 작품은 말도 안 되는 허섭스레기이며, 만약 그의 작품이 일곱 살 아이들에게 읽힌다면, 셰익스피어는 그 아이들이 이해하는 수준에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 알랭 드 보통 -
초등학생이 읽어도 이해할 수 있는 쉬운 글이야 말로 좋은 글이라는, 일부 출판계 종사자들의 신념을 이 한 구절로 반박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쉬움을 표방하는 책바치의 신념으로도, 알랭 드 보통의 원고가 손에 쥐어진다면 당장에 출간을 서두를 사람들일 테니까.
물론 아이들의 수준을 무시하는 의도에서 한 말이기야 하겠는가? 텍스트에 대한 해석은, 텍스트 그 자체가 지닌 속성이라기 보다는 읽는 자들의 속성이라는 의미. 7살 아이들에게는 이해되지 않는 셰익스피어 작품들이 결코 졸작은 아니듯 말이다. 그렇다고 어린이들을 위한 안데르센의 작품이 셰익스피어에 뒤진다고 할 수도 없을 터, 그것은 수준의 차이가 아닌 그저 장르의 차이일 뿐이지.
그런데 자신이 익숙한 문체를 근거로, 다른 문체를 비판하는 이들이 꼭 있잖아. 취향의 문제를 위계의 문제로 착각하는 이들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