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이여, 보소서
신들이여, 보소서.
…
그것을 얌전히 견뎌낼 만큼 날 바보로 만들지 마시오.
내게 정당한 분노를 일으켜주시오.
<리어왕>에서의 처절한 대사. 하늘을 향한 리어의 호소가 마음을 끌었던 이유는, 초라히 주저앉고 말았던 어느 지나간 날의 내가 떠올라서…. 그런데 하늘을 원망하기에는 리어 스스로 어리석음의 죄를 저지른 대가였다. 나 역시도 내 어리석음으로 지게 된 초라함이었을 테고….
복수하고 싶었던 대상이 있었다. 그러나 어떻게 주저앉힐까를 아무리 고심해 봐도 방법이 없었다. 치졸하게 굴어버릴까, 아니면 보란 듯이 잘 살아버릴까. 치졸하게 굴기에는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고, 보란 듯이 잘 사는 일도 내 맘처럼 되질 않았다. 분노는 치밀어 오르는데, 그 사람에게 하등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부질없이 소모되던 에너지. 어느 순간 돌아보니 그도, 덧없이 흐르는 세월 뒤로 잊혀져가는 기억과 더불어 희미해졌다. 내가 바보였던 것일까? 그 덕에 품위라도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일까? 결코 내 의지는 아니었다는….
그렇게 해서 달래질 수 있을 것 같은 정당한 분노라면야 그렇게 해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게다. 그렇지 않을진대, 차라리 자신의 격이라도 지켜내는 게…. 지금 써 내리고 있는 그 카톡을 전송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