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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편집장 Nov 22. 2021

줄리아 크리스테바, <검은 태양>

상징계와 기호계

  정신분석에서는 프로이트서부터 ‘언어’가 중요한 매개다. 정신분석 상담기법에서도 대화가 중요한 이유는, 심층의 문제를 표층으로 끌어올려야 그도 제거가 될 수 있다는 논리. 들뢰즈는 이 ‘표층’을 의미의 세계로 말하는 것. 심층은 아직 뭔가 구체화가 안 된 잠재태라는 것.


  의미화가 될 수 있다는 건, 해명의 단서가 된다는 점에서도, 언어로의 갈무리는 중요한 작업이다. 그러나 동서양 사상이 내내 지적해 온 언어의 폐해 또한 지니고 있는 문제, 이를 대변하는 라캉의 상징계. 어떻게 해명이 되는가 보다는, 해명의 가능성 자체만으로도 위안이 될 수 있기에, 또한 잘못 전이가 될 수도 있는 것.


  이를테면 허한 마음을 책으로 달래는 이들, 실상 그들이 욕망하는 건 책이 아니라는 거지. 아직 해명되지 않은 심층이 어떻게든 진정되는 효과를 경험했고 그것이 상관의 도식으로 자리 잡으면, 헛헛한 기분을 책으로 잊으려는 반복이 이어지는 것. 책은 그나마 지식과 소양이라도 쌓이는 경우, 대개 자본주의가 제공하는 기호(상품)를 소비하는 것으로... 그래서 여가와 취미조차도 유행 따라 행해야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벤야민과 아렌트, 아도르노 때부터...


  그런데 들뢰즈에게서 기호(記號) 개념은 언어학에서 말하는 그것보다는 확장된 용도다. 대표적인 사례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마들렌에 대한 해석. 표층에서의 언어를 통한 의미화 이전에, 의미화에 대한 전조적 시그널에 관한 것.


  라캉의 상징계(symbolique)는 언어의 세계다. 오이디푸스 단계를 거쳐 사회화가 되면서 습득하게 되는 사회적 언어. 그래서 그 사회가 요구하는 규범체계나 공증하는 자본의 논리까지 습득을 하게 되는 것.


  크리스테바의 기호계(sémiotique)는 전-오이디푸스 단계에서의 전조적 시그널. 기표와 랑그 체계로 수습되기 이전의, 신체를 경유하는 감각의 문자. 들뢰즈의 영향을 받았는지는 더 읽어봐야겠지만, <의미의 논리>와 <감각의 논리>가 들뢰즈의 저서 제목이기도 하다. 그런데 꼭 들뢰즈와 라캉이어서가 아니라, 저 세대는 모두가 공유했던 담론인 것 같기도...


  지금 이 시점에 내가 이걸 왜 정리하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들뢰즈와 프로이트의 계보들을 정리해 본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필요성은 충분한... 아마 몇 달에 걸친 작업이 될 듯. 정신분석에 관심 있는 분들은, 제 블로그로... 


https://blog.naver.com/kem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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