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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도 Apr 17. 2017

페스티벌을 기획한다는 것

BP음악산업 아카데미 (5주 차 1강)

뮤직 비즈니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분야 중 하나가 <페스티벌>이다. 

콘서트에서는 음악을 매개로 관객과 아티스트가 일선에서 소통할 수 있고, 레코딩된 음반에서 느낄 수 없는 다양한 요소를 체험할 수 있다. BP음악아카데미의 5주 차 수업의 첫 번째 강의는 이 콘서트 분야 안에 있는 음악 축제와 페스티벌 기획에 대한 내용이었다. 


음악 페스티벌의 시작


1967년, Monetary Pop Festival의 포스터

콘서트는 라이브 음악의 형태로 이전부터 존재해왔지만, 페스티벌은 1950년대에 처음 등장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페스티벌이라는 흐름을 만들어 낸 형태는 1967년의 <Monetary Pop Festival>, 1969년의 <Woodstock Festival>였다. 당시의 페스티벌은 우리가 떠올리는 페스티벌과는  많이 다르다. 8월 13일부터 15일까지 3일 동안 열렸던 우드스탁 페스티벌의 경우에는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 그리 세련되지 못한 무대에서 진행되었다. LP기반의 레코딩 기술이 막 발전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PA 시스템 또한 좋지 않았다. 이 우드스탁 페스티벌은 아이러니하게도 철저하게 돈을 벌기 위해 기획되었으나, 결과적으로는 1970년대의 많은 히피문화와 음악 페스티벌의 분야에서 많은 무브먼트를 만들어 낸 기념비적인 페스티벌이 되었다. 


우드스탁 페스티벌의 현장사진


이런 음악 페스티벌들을 바탕으로 1970년대가 되면서는 스타디움에서 전국투어를 하는 방식의 공연기획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음악성과 인지도를 바탕으로 수만 명의 유료 관객을 모을 수 있는 아티스트들이 등장하면서 조금 더 체계적인 환경에서 페스티벌 기획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이후, 1990년대와 2000년대에 들어서는 현재까지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코첼라, 롤라팔루자, 후지 록, 투모로우 랜드 등의 엄청난 규모의 페스티벌이 등장하게 된다. 


국내에서는 올 해로 11주년을 맞게 되는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을 비롯하여, 지산 밸리 록, 펜타포트, 서울 재즈 페스티벌,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 등 글로벌 페스티벌 브랜드까지 매년 다양한 장르와 기획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페스티벌 기획의 고민들


이게 페스티벌 기획의 전부는 아니다.


페스티벌을 한 번이라도 가 본 사람은 알겠지만, 기획자의 입장에서는 엄청나게 복잡한 사용자 경험을 설계해야 한다. 페스티벌의 브랜딩, 참여 아티스트 선정 및 섭외, 홍보, 티켓팅 등은 당연하고 무대 구성부터 조명, 음향, 비주얼 아트 디렉팅, 관객 입장 루트나 편의시설까지 엄청나게 많은 부분에서의 디테일한 기획이 필요하다. 


위와 같이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기획되어야 하는 페스티벌 기획이지만, 그 안에서도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단연 기획 방향브랜딩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페스티벌을 기회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고민이 페스티벌 기획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기획 방향에는 전체적인 페스티벌의 브랜딩 구체적인 네이밍과 아티스트 섭외의 방향성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유명한 아티스트를 랭킹을 매겨서 섭외해보자.'라는 기획은 내가 아니라도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지만 'Jazz Up Your Soul'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아티스트 섭외와 실제 페스티벌 내에 잘 녹여내고 있는 <서울 재즈 페스티벌>의 경우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기획과 실행은 아니다. 더해서, 기획 취지는 A이지만, 실제 운영은 B로 진행되는 페스티벌들도 많이 있는데 이런 경우도 좋은 기획이 아닐 것이다. 관객 입장에서 참여했을 때 즐겁게 페스티벌을 즐길 수는 있겠지만, 다음에 해당 페스티벌이 자신의 경험과 전혀 달랐던 기획 취지로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는 모습을 본다면 괴리를 느끼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기획 취지가 좋으면 무조건 좋은 페스티벌 기획일까? 그것도 아니다.

내 경험을 토대로 생각해봐도, 개별 페스티벌 자체가 좋아서 가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에 '누가 나오는데?'가 중요한 경우가 많다. 결국 아티스트가 페스티벌 수익구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티켓 판매에 아주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사실이니까. 그러므로 좋은 기획을 하자면, (특히 우리나라에서) 차별성 있는 기획, 그리고 의미가 있는 기획을 하되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서도 안된다.


좋은 기획자의 습관


좋은 페스티벌을 만드는 기획은 습관에서 나온다. 더 나은 크리에이티브한 기획 이전에 적어도 잘 된 페스티벌만큼의 기획을 할 수 있으려면 많이 보고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공연 기획자나 대중음악 기획자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벤치 마크할 수 있는 습관이 필요하다. 박준흠 센터장님의 경우에는 클리블랜드의 로큰롤 명예의 전당을 둘러볼 당시에 최대한 많이 사진을 찍어두면서 추후에 '한국에서 대중음악 명예의 전당을 만든다면 어떤 기획이 필요할까?'라는 고민에 대입해보셨다고 했다. 페스티벌에 참여할 때, 보통의 관객들은 공연 자체를 즐길지 모르지만 기획자들은 티켓팅부터 입장 루트, 무대 구조, 조명, 음향, 편의시설까지 많은 부분을 보고 배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음악 페스티벌을 기획하는 사람들은 음악이 아닌 다른 분야의 페스티벌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컨텐츠는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사람들이 좋다고 느낀 기획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종합하자면, 페스티벌의 기획자는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경험이 있어야 하고, 어느 장소나 이벤트에서나 배울 수 있는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더불어 다른 페스티벌들을 살펴보면서도 지속적으로 더 나은 방향, 더 관객과 아티스트를 위한 구조 등을 생각할 수 있는 본인만의 인사이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케이스 스터디


수업에서는 몇 가지의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페스티벌 기획에서 고려해야 할 부분들에 대해 배웠다. 

그중에서 2014년, 2015년에 열렸던 <SOUND FESTIVAL & AWARDS>을 통해 간단한 리뷰를 한다.


'그녀의 삶을 살다.'의 캐치프레이즈로 시작된 <SOUND FESTIVAL & AWARDS>은 그 이름처럼 페스티벌과 시상식이 결합된 형태로 기획되었다. 그리고 2014년 첫 회에는 타루, 한희정, 프롬, 민채, 요조, 최고은, 장필순 등 여성 아티스트 7인이 참여하였다. 여성 싱어송라이터가 기획의 주요한 요소였던 이유는 바로 2013년, 국내 대중음악 씬에서 가장 두드러진 분야가 바로 이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이 많은 주목을 받았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음악을 페스티벌 안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이 기획의 취지였다. 

SOUND FESTIVAL 2014 타임테이블


그렇다면, 페스티벌에 어워드가 필요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기획자가 고민했던 부분은 바로 페스티벌과 전국투어의 연결이었다. 국내에서는 지난 리뷰에서 살펴보았듯, 다양한 이유로 전국투어를 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어워드 형식을 차용한다면 이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결국 <SOUND FESTIVAL & AWARDS>의 핵심은 어워드를 기반으로 한국 대중음악 씬에 많은 영향을 끼친 아티스트들과 함께 전국투어를 하는 것이었다. 


기획 취지나 목적 이외에도 페스티벌에서는 다양한 세부 기획들이 필요했다. 

페스티벌 기획자가 가장 많이 직면하는 문제는 바로 예산과 홍보(판매) 일 것이다. 


<SOUND FESTIVAL & AWARDS>는 7월에 열렸는데, 다음과 같은 계획들을 실행했다고 한다.


4월 ~6월: 아티스트 인터뷰 컨텐츠 다음뮤직을 통해 홍보. 티켓 이벤트.

6월: <대중음악 SOUND> 9호 '여성 싱어송라이터' 발행 (부록으로는 기념 음반 제공)

7월: 포럼과 사전행사

* 기타 머천다이즈, 인터파크 등 티켓팅 홍보 협력, 스팟광고 제작 등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홍보 효과를 만들어내거나, 관객들의 티켓 구매까지의 행동 유도를 하는 것들도 모두 기획자들이 준비하고 실행하는 과정안에 있다. 



코멘트


기획이라는 것은 제품을 만들거나, 서비스를 만들거나 위와 같이 페스티벌을 만들거나 하는 거의 새롭게 시작하는 모든 부분에 필요하다. 어디서든 기획을 잘 해보았던 사람이라면, 다른 분야에서도 잘 해낼 확률이 높다. 


좋은 기획자는 어디에 있을까? 


음악적 지식이 풍부하고, 다양한 온, 오프라인 경험을 가진 사람. 그리고 무엇이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나가는 사람이 좋은 기획자가 된다. 과정에는 실패도 있을 것이고 어려움도 있을 것이지만, 어떤 개인이 좋은 페스티벌 기획자로 성장할 수 있는 가르침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는 페스티벌이나 기획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페스티벌 기획자의 입장에서는 기획의 취지가 가장 중요한 것이고, 그것을 실제 운영에서도 일관적으로 관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면, 성공한 페스티벌이 아닐까.



레퍼런스


* A Brief History of Woodstock Festival (Search Date: 2017.04.17)

우드스탁 (네이버캐스트) 

* Grand Mint Festival 2016 (민트페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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