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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도 Apr 18. 2017

음악으로 글쓰기

BP음악산업 아카데미 5주 차 2강

음악산업 아카데미 5주 차 두 번째 강의는 음악평론가 이대화님의 <음악 기사 작성 실무> 강의가 진행되었다.

이번 리뷰는 코멘트를 제외한 대부분의 내용을 강사님의 수업자료에서 인용하였다. 


1. 음악 글쓰기는 왜 어려울까? 


음악적 언어는 말과 글로 고정되지 않는다.


우리는 영화 로건에 대해, '울버린이 돌연변이 소녀 로라를 통해 영웅의 정체성을 회복한다.'라고 말을 할 수 있다. 이 영화적 사건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데, 음악은 이야기가 다르다. 'C-F-G-C 코드로 진행'이라는 말은 글로 표현했을 때 잘 와 닿지 않는다. 이렇게 음악적 언어가 표현하기 힘든 까닭은 바로 '고정된 의미를 갖지 않기 때문'이다. 즉, 같은 음악이라도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음악', '듣기 편한 음악'이라는 말로 표현될 수 있고 다른 이들에게는 '단순하지만, 깊이가 있는 진행을 갖췄다.' 등의 방식으로 표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음악 글쓰기를 잘하는 방법


음악적 언어가 말로 치환되었을 때 열려있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하여 음악 글쓰기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열려있을 뿐, 음악적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듣는 이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된다. 하지만 음악 글쓰기가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바로 '글쓰기 자체의 어려움'에 있다. 그냥 글을 쓰는 일 자체가 쉽지 않음에서 비롯된다. 일례로 앨범 작업을 마치고 나서 자신의 앨범과 음악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아티스트 본인도 글로 음악을 표현하기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음악 글쓰기를 잘하려면 일단 글을 쓸 수 있는 소재인 음악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더불어 자신의 생각을 멋지게 전달할 수 있는 글쓰기 실력이 필요하다.



2. 다양한 음악 글 형식


롤링 스톤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만큼 다채로운 음악 글을 만날 수 있다.

문학에도 여러 종류가 있듯, 음악 글도 다양한 형식을 가지고 있다. 

크게 7 가지로 나누어 설명해주신 음악 글들은 다음과 같다. 

음악 글의 종류, 제목만 봐도 어렵지 않게 구별할 수 있다.


각각의 음악 글들은 조금씩 다른 목적성과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음악 글들을 분류하기 (출처 - 이대화 강사님 강의자료)


사실 카테고리를 7개로 나누었지만, 디테일하게는 훨씬 더 많은 음악 글의 종류들이 존재할 것이다. 글에는 정답이 없다.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의 음악 글이 나타나고 기존의 방식을 대체하지 않을까.



3. 글을 잘 쓰려면?


결국, 이 강의는 음악 글을 쓰는데 도움을 받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강사님은 글을 잘 쓰는 방법에 대한 여러 가지 객관적, 주관적인 팁들을 알려주셨다. 


가장 어려워하는 것들


첫 번째, 문단 전환에 대해서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문단 전환이 어려운 이유 중 대부분은 필자가 글의 전개를 계획하지 않고 무턱대로 쓰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먼저 결론을 내린 후, 글을 쓰기 시작한다면 문단 전환을 조금 더 자연스럽게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글의 마지막 문장이다. 마지막 문장은 고수들도 어려워한다. 임팩트를 주면서 글을 마무리하는 느낌을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마지막에 억지로 거창한 의미를 만드려고 하지 않고, 결론을 미리 구상해두거나 심플하게 마무리지으면 그 고통이 덜하다. 


세 번째, 편하게 읽히지 않는다. 편안한 호흡으로 글이 읽히지 않는 경우이다. 대개 너무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전달하려고 할 때에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다. 또 디테일한 맥락(문법)에 맞지 않는 단어 선택이나 문장을 쓰기 때문이기도 하다. 되도록 단문 위주로 글을 쓰되, 문법 또한 맞게 써야 한다. 


네 번째, 의도는 그게 아녔다는 변명. A라는 의도로 썼는데, B라는 의미로 곡해되었다고 변명하는 경우가 많다.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글이란 '보여줄 수는'없고,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 독자들은 표현된 만큼만 읽는다. 중요한 것은 의도가 아니라 '어떻게 읽히느냐'이다. 


음악을 정확히 분석하기


마음에 드는 글이 나오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음악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음악적 경험이 적은 필자나 비전공자의 경우가 이런 어려움을 종종 겪게 된다. 구체적인 글일수록 재밌게 읽히는 법이고, 그 구체성을 만드는 것은 필자의 전문성이다. 음악 글을 쓰려면 음악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4. 현재 음악 글쓰기가 당면한 과제들


앞선 강의에서도 많이 다룬 이야기지만 매체 환경이 정말 많이 바뀌었다. 또 이 변화에 따라 독자들이 선호하는 글도 달라지고 있다. 


모바일로 음악을 듣고 보고 음악 추천까지 받는다.


모바일 시대


과거의 음악 매체는 종이 잡지였다. 2000년대 초반에는 PC를 통해 접속할 수 있는 웹진이 음악 매체였다. 지금은 모바일로 음악을 읽는다. 사람들은 쉬운 글, 짧은 글을 선호한다. 이 모바일 시대에서 '깊이'와 '전문성'을 동시에 전달하려는 고민이 필요하다.


인터넷 시대의 어법


과거의 매체의 음악 관련 글들을 읽어보면 시종일관 진지하다. 하지만 최근 온라인 상에서 퍼지는 글들에는 다양한 표현 방식이 존재한다. 줄임말, 짤, 드립 등. 그래서 최근의 음악 매체들에게는 일정 부분의 진지함과 감각적인 인터넷 표현 방식의 활용이 중요해졌다. 


영상의 시대


글보다 영상 컨텐츠를 소비하는 시대이다. 매체 기획자는 글 못지않게 영상 컨텐츠 제작에 대한 기획 능력도 필요하다. 좋은 필자들로만으로 차별성을 만들어낼 수 없는 시대에 음악 매체들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전문 매체 활용 방식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소장 가치가 있는 음반을 살 때, 많은 음악 매체의 글들을 보았다. 그러나 지금은 한 달에 몇 천 원 수준으로 600만 곡 이상의 음악 라이브러리를 주머니에 가지고 다니는 시대가 되었다. 언제, 어디서나 들어보고 음반을 구매할 수 있다. 또 음악, 아티스트에 관련한 정보들도 온라인상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런 변화한 환경 안에서, 음악 매체는 사람들의 어떤 니즈를 채워줄 수 있을까? 




코멘트


지금까지는 다른 의미로 굉장히 재미있었던 강의였다. 지금까지의 주제들은 어느 정도 경험이 있거나, 공부를 했거나 리서치를 통해서 알고 있던 내용들이 오버랩되어 수업을 정리하며 내 생각을 많이 덧붙일 수 있는 내용이 많았다. 하지만 글쓰기에 대해서는, 그리고 음악 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평소에 가끔씩 책이나 페이스북 타임라인에서 좋은 글들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이 사람들은 처음부터 글을 잘 쓰는 걸까?'였다. 수업을 들은 이후 되돌아보니,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내 주관적인 판단에서 좋은 글을 썼던 사람이었고 직업으로서 글을 쓰는 사람들은 조금은 일정한 형태 안에서 좋은 글들을 써 내려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브런치에 글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강의록을 쓰고 있지만, 그런 이유에서인지 강의를 들으며 더 부끄러워졌다. 특히나 '의도는 그게 아니었다고 변명한다.'에서 '시간이 없어서 퇴고도 부실하고, 이렇게 밖에 못써요!'라고 마음속에서 소리쳤지만, 어쨌든 글은 보이는 대로 읽히는 것이니까. 같은 맥락에서 글 쓰시는 분들의 고민에 더욱 공감하게 되었다. 그냥 글을 잘 써서 좋은 글을 쓰는 게 아니고, 나름의 철저한 분석과 고민들에서 나온 결과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니, 앞으로는 더욱 텍스트 컨텐츠를 조심스레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느끼고 생각한 것들


다시 등장한 종이 문예 잡지들. 이쁘기도 하다.

사실 우리 세대에서 텍스트는 진부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나도 그렇다. 그래도 나는 종이에 쓰인 글을 읽는 것은 아주 좋아하는데, 최근에는 더 좋아진 계기가 있었다. 무언가를 정리하는 일을 좋아해서 매일 에버노트와 구글 드라이브, 슬랙의 개인채널에 아카이빙을 한다. 그리고 페이스북에서 좋은 컨텐츠, 참고할만한 레퍼런스 등을 저장해둔다. 하루는 날을 잡아서 이런 정보와 레퍼런스, 이미지, 웹사이트 등을 몇 시간 동안 정리하고 있자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컨텐츠들이 세상에 수없이 많을 텐데, 정리한다고 나중에 보기나 하려나?' 그리고는 정리 채널(?)을 확 줄여버렸다. 이후에 얻고 싶은 컨텐츠는 종이 매거진을 통해서만 보고 있다. 웹이나 모바일을 통해서 보는 것보다,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느낌이고 휘발성이 덜하다고 느낀다. 물론 컨텐츠도 양질의 정보와 정성을 꾹꾹 눌러 담은 것이 보인다. 모노클, 씨네 21, 매거진 B, 어라운디, GRAPHIC, Littor... 이 수많은 잡지들 중에 왜 음악지는 없을까? 없는 이유가 정말 '사람들이 텍스트를 안 좋아하고... 그리고 영상을 좋아해. 그래서 잡지는 안되는 거야.'가 맞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들었다. 실제로 이런 질문에 대해서 대중들이 어떤 음악 컨텐츠를 필요로 하는지 리서치는 진행되었는지도 궁금해졌다. 나는 음악 매체가 종이 잡지로 나와야만 한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산업이나 분야마다 몇 개씩 존재하는 종이 잡지 하나 없는 음악산업을 바라보자니, 슬프기도하고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 참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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