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니스트 티의 시작과 현재
Real Tea, Reat Taste, No Shit.
어니스트 티 (Honest tea)의 이야기를 담은 책, <코카콜라가 감동한 어니스트 티의 기적>을 읽었다.
"우리는 목이 말랐다. 뭔가 마실 것을 찾았으나 없었고 결국
진짜 차 맛이 나는 음료를 만드는 회사를 창업하게 됐다."
우리나라에는 어니스트 티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나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알지 못했다. 간단히 소개하면 어니스트 티는 '좋은 사람들이 만든 좋은 원료로 차를 만들고 이를 통해 사람들이 건강한 식습관을 하도록 돕는 음료 브랜드'이다.
어니스트 티의 시작은 예일대 비즈니스 스쿨의 MBA 수업이 진행되는 한 강의실에서 였다. 수업을 통해 만난 교수 배리와 제자 세스가 바로 어니스트 티의 출발점이다. 1998년 2월, 스스로 회사를 나와 회사를 창업하게 된 세스는 이후 10년 이상 배리 교수와 좋은 사업 파트너의 길을 걸으며 어니스트 티라는 브랜드를 만들어왔다. 세스는 사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을 해 나가고 싶었고, 배리는 그를 도와 자금조달이나 협상가의 역할을 맡았다. 학생과 교수라는 국내의 시선으로 보면 정말로 생경한 이 둘은 어떻게 사업 파트너가 될 수 있었을까?
그 첫 번째 이유는 바로 TEA-EO (어니스트 티의 CEO) 새스가 지칠 줄 모르는 낙관주의자라는 점에 있다. 예일대 경영대학원을 다니는 사람들 중 똑똑하지 않은 사람들은 거의 없지만, 세스처럼 사업가의 숙명인 '끊임없는 거절'에 꺾이지 않을 정도의 낙관주의자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흔히 말하는 열성가의 타입이라고 볼 수 있는데 세스는 그가 추구하는 가치를 지칠 줄 모르고 실행으로 옮기는 행동력을 가졌다. 반대로 배리 교수는 학교에 묶여있어 상대적으로 행동은 덜취하지만 사업을 논리적, 분석적인 접근을 통해 '개념화 해 내는 사람'이었다. 또한 외향적이고 조직적인 성향 덕분에 외부 채널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이처럼 세스와 배리는 동업자로서 보완이 되는, 그런 초기 창업팀이 되었다. 초기 팀 빌딩에서 자신과 비슷한 사람이 아닌 서로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관계의 중요성을 보여준 셈이다.
어니스트 티는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그렇듯, 초기에 정말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초기 구성원들 중 음료와 관련된 업계에 종사하던 사람이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C레벨의 구성원들이 관련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과정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어니스트 티가 창업 초기에 얻은 교훈을 들어보자.
성공적인 창업은 다음 두 가지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1. 처음에 성공을 확신한 이유는 무엇인가?
매년 음료업계에서는 300여 개의 새 브랜드가 나온다. 그리고 브랜드마다 다양한 종류의 음료를 출시하기 때문에 제품의 수로 본다면 1,000개 이상의 신제품이 출시된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매장의 진열대는 늘어나지 않고, 설령 늘어난다 해도 신제품 출시 속도를 따라가지는 못한다. 따라서 시장에서 생존하려면 기존 업체와 자리바꿈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우리의 제품이 '다른 제품과 어떻게 다른가?' 그리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더 낫게 하는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
어니스트 티는 사람들이 마실만한 '좋은' 음료를 찾지 못했다는 데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엄청난 양의 설탕을 빼버리고 더 많은 돈을 들여 더 좋은 재료로 음료를 만들어냈다. 더불어 시장에서는 건강한 먹거리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었다는 점도 그들의 '버티기'에 도움을 주었다고 말한다.
2. 경쟁자들이 모방해도 성공이 지속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많은 창업가들이 이 질문에 대해 매일매일 고민한다. 그리고 투자자들 역시 그들이 만나는 창업가들에게 이 질문을 한다. 우리가 매일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사실은 굉장히 중요한 인사이트를 주는 질문이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창업 아이디어, 특히 좋은 아이디어들은 이미 시장에 있는 소위 잘 나가는 기업들에게 더 잘 맞는 아이디어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좋은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겨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두더라도 그 뒤에는 큰 경쟁자들이 시장조사 비용 없이 모방 사업을 하며 자금력으로 퍼스트 무버를 짓눌러버리는 상황이 꽤나 자주 발생한다.
어니스트 티는 무엇이 달랐을까?
어니스트 티의 경쟁자는 스내플을 필두로 한 음료회사들이었다. 거의 99%의 음료 회사들이 설탕 범벅인 음료를 팔고 있었는데 만약 이들이 단맛이 거의 없는 음료를 만든다면 브랜드 이미지와 소비자에게 인지부조화를 가져왔을 것이다. 결국 경쟁자들의 고객은 단 맛이 나는 음료를 선호하는 고객이었고 새로운 음료가 단 맛이 거의 없는 음료라면 브랜드에 혼돈을 가져올 수 있었던 사례를 들 수 있다.
더해서, 어니스트 티의 생산공정은 공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장인형 생산에 가깝기 때문에 이 또한 기존 업체들의 생산방식과 맞지 않았던 점도 어느 정도의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기존 음료업계의 불문율이었던 '제품의 맛은 일정해야 한다.'라는 생각을 깨버린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어니스트 티는 와인과 같이 모든 제품이 조금씩 맛이 다를 수밖에 없는 형태였다.
세스가 창업 초기에 배웠던 교훈은 크게 4가지이다.
1. 시작할 때 가졌던 믿음을 기반으로 일을 펼쳐나간다.
2. 성취하고자 하는 것을 미리 구체화한다.
3. 맛이 좋지 않다면 다른 것은 의미가 없다.
4. 창업 초기에 일을 남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
세스는 첫 번째로 신생기업의 불리함을 말했다. 비용 구조나 유통망이나 모든 부분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는 신생 기업이기에 몇 가지 부분에서는 고객들이 약점을 간과할 정도로 엄청나게 뛰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어니스트 티는 추구하는 바가 분명했다. 추구하는 바가 분명한 브랜드는 고객의 삶에서 더 중요해질 뿐 아니라 고객들이 먼저 관계를 맺도록 한다.
두 번째로 초기부터 다른 회사에 팔아넘길 생각으로 미래 계획을 세우지 말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엑싯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다만, 장기적 관점에서 사업을 키우고 브랜드를 영원히 보유하고자 하는 태도를 갖춰야만이 적어도 다른 회사들이 인수할 수 있을 만큼의 괜찮은 회사가 된다는 역설적이지만, 통찰력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세 번째는 음료의 본질에 대한 문제이다. 결국 맛이 좋지 않으면 다른 것을 아무리 잘해도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경험해 본 분야가 아니라고 해서 남들에게 업무를 맡기는 것보다는 모든 일을 해보는 것을 두려워말고 적어도 자신보다 더 능력 있는 사람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는 그 일을 경험해보아야 한다.
초기 시장에서 살아남은 어니스트 티는 본격적으로 판매처를 늘려가며 매출을 올리는 성장하는 기업이 되어갔다. 하지만 그때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어니스트 티의 시련기는 1999년부터 2004년까지 지속되었다. 현금이 부족했기 때문에 가족이나 지인 외에 투자처를 찾아야만 했고, 제품을 만들었지만 유통망을 찾는데도 많은 시련을 겪었다.
어니스트 티가 성장하면서 핸들링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음료 물량을 유통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회사는 까다로운 공정을 가진 음료를 생산해 줄 공장을 찾는 것을 포기하고, 한 공장을 인수하기로 한다. 초기에는 유통 물량을 맞추며 좋은 의사결정이 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이 공장은 어니스트 티에게 엄청난 손해를 가져다주었다. 공장이 돌아가지 않아 임대료를 받을 수 없었고, 공정 중간에 이물질이 타 회사의 음료에 들어가 곤욕을 치루기도 했다. 더해서 어니스트 티의 음료에도 유리조각이 들어가는 소동으로 인해 최악의 리콜 사태를 겪기도 했다.
그들은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시도도 했다. 바로 '찻잎 티백'이 그것인데 결과적으로는 여러 시행착오와 인적, 물리적 비용을 만들어낸 채, 시장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이런 고난의 과정이 있었지만, 이 시련의 시기에서도 결국 어니스트 티는 비전이 공유되는 투자처를 찾았고, 각고의 노력 끝에 유통망도 확대하는 데 성공한다. 또한 여러 미디어에 어니스트 티가 소개되며 브랜드가 미국 내의 다양한 지역에 알려지는 '고통스러운 성장'의 시기를 지나보냈다.
배리에게 어떤 부분이 힘들었냐고 묻는다면, '모든 부분이 힘들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특히 생산 및 배송과 같은 운영관리 그리고 사람과의 문제가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위에서 언급한 일련의 성장통들은 대부분 생산이나 배송과정에서 그 문제점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학계 출신인 배리의 경우에 그는 회사가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알지 못했다고 말하면서, 정말 어려웠던 시절을 회상했다. 몇 가지 실수나 관리의 미숙으로 일어난 문제들이지만, 이 실수에 따른 비용들은 실로 엄청났다. 공장 매입과 생산 공정에서의 문제로 당시 어니스트 티는 100만 달러 이상을 잃었다.
사람과의 관계 또한 역시 어려웠던 것 중 하나다. 조직 내에서 뿐 아니라 유통과정에서 구매팀, 소매업자와의 관계가 정말로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어니스트 티의 구성원들은 그들이 만든 음료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그것을 남들에게 설득시키고 또 판매까지 이어지게 하는 과정은 정말로 쉽지 않았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들이 잘하는 것에 집중하지 못한 의사결정도 성장통에 큰 부분을 차지했다. 바로 티백 이야기다. 어니스트 티는 달지 않고, 건강한 차 음료로 성장하고 있었다. 그들이 잘하는 것은 바로 그 음료를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신규 사업(=잘 하지 못하는)이라고 할 수 있는 '찻잎 티백' 출시를 통해 잘하지 못하는 것을 만들어내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그의 회상도 재미있다. 이 티백 신제품을 출시하지 않던가, 혹은 더 많은 투자와 전문 인력을 채용해서 '진짜 제대로 했어야 했다.'라는.
(거의) 유일한 문제는 매출이다.
모든 기업에 적용되는 말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어니스트 티처럼 제품을 만들어내는 회사라면 특히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바로 '어떻게 매출을 만들어낼 것인가?'이다. 결국 매출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이디어도, 학위도 아니고 사람이다. 무엇을 기획하고 분석해도 매출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어니스트 티의 매출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판매직원들이었다. 이렇게 누군가는 창업자(도 판매직원이 되기는 하지만)가 예측하는 그 매출을 실행을 통해 옮겨야만 한다.
어니스트 티는 이런 실행을 했던 판매직원들이 있었지만, 그것이 매출의 전부는 아니었다. 많은 유통사에게 거절당했고 좌절을 겪었지만, 기존의 음료 매대가 아닌 치즈 유통업자나 소고기 유통업자와 손을 잡으면서 정말 조금씩이나마 유통망을 늘려나갔다. 이런 과정을 통해 얻은 경험은 제대로 된 음료 유통업체와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돈이다.
넘쳐날 정도는 아니더라도, 기업이 현금에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어니스트 티의 경우에는 자금이 풍족하지 않던 초기에 예상치 못한 지출 발생으로 곤란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첫 번째로는 많은 유통사와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대금 미납'의 문제였다. 실제로 초기에는 매출의 10%가량이 악성채무가 되어 손실로 처리되어 버렸다. 유통망을 넓히기 위해 이런저런 노력을 했지만, 늘 결과가 좋았던 것은 아닌 셈이다. 하지만 자금부족은 핑계가 되지는 않는다. 일례로 마케터였던 패트릭 재멋은 충분치 못한 마케팅 예산을 가지고 있었지만, 미국 전역에 방송되었던 <투데이쇼>가 촬영되는 야외 세트장에 새벽 3시에 어니스트 티를 들고 마시는 장면을 방송에 노출시키기도 했다. 기회를 창조하는 데는 어쩌면 많은 비용이 들지 않을 수도 있다.
2004년부터 어니스트 티는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오른다. 이 시기에는 코카콜라의 유통회사(=그냥 킹왕짱 유통망을 가진 유통회사)와 영구 계약을 맺기도 하고, 포드와의 마케팅 협업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과의 인연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그들의 음료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게 되었다.
하지만 음료업계와 시장 또한 다이내믹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코카콜라가 비타민 워터를 41억 달러(이는 비타민 워터의 연간 매출액의 12배에 달하는 금액이었다.)에 인수했고, 스내플이 그들의 유통망에 어니스트 티를 유통하지 말 것을 요청(이라고 쓰고 협박이라고 읽는다.)하면서 견제에 나섰다. 더불어 직접적 경쟁자인 다양한 차 음료 브랜드가 시장에 진입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격변 속에서 어니스트 티는 네슬레와 코카콜라의 인수 제안을 받게 되었다. 네슬레와의 협상은 기업의 가치평가에 대한 이견으로 결렬되었고, 세스와 배리는 좋은 가치를 인정받을 때에만 피인수를 생각하자고 다짐했다. 같은 해 여름, 어니스트 티는 코카콜라와 인수 협상에 들어간다. 코카콜라는 신규 그룹인 벱(Veb, Venturing and Emerging Brands)을 구성하면서 어니스트 티와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갔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책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어니스트 티는 코카콜라에 인수된다. M&A를 한다는 것은 단순히 회사를 팔아넘기는 거래가 아니다. 특히 어니스트 티의 경우는 더더욱 그랬다. 그들은 10년 동안 지켜왔던 브랜드와 가치를 지속적으로 추구할 수 있는 환경을 원했다. 세스는 회사를 매각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려는 것이 아니라 좋은 파트너와의 만남을 통해서 어니스트 티가 더 나은 환경에서 지속되기를 바랐다. 이를테면 그들은 결혼을 하려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코카콜라와 어니스트 티는 어울리지 않고, 또 부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하지만 코카콜라가 어니스트 티를 인수한 이유, 그리고 어니스트 티가 코카콜라를 결혼 상대로 낙점한 이유는 서로의 니즈가 맞았기 때문이다. 코카콜라는 이미 충분히 거대해진 기업이라 혁신적 사고나 창조성을 확산시키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어니스트 티는 조직 전반에 지속가능성을 세상에 뿌리내리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시작된 회사였기 때문에 이것이 코카콜라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 같다. 더불어 어니스트 티의 입장에서는 코카콜라에 인수되면서 경쟁 브랜드의 출시 위험을 없애고 어니스트 티 그 자체가 한 차원 더 높은 브랜드로 성장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코카콜라와 결혼을 한 어니스트 티는 코카콜라와 함께 바야흐로 현재의 2막에 접어들었다.
<코카콜라가 감동한 어니스트 티의 기적>의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된다. 너무 동화 같은가?
하지만 어니스트 티의 지금까지의 결과물들은 다른 대부분의 성공한 비즈니스처럼 똑똑한 사람들의 치밀한 전략의 결과라고만 보기는 쉽지 않다. 그들은 정말 많은 부침을 겪었으며, 그런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삐끗했다면, 혹은 '만약'이라는 말들을 붙여본다면 충분한 운도 따라주었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우리가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그들에게 찾아온 행운의 요소가 아니라 어떻게 많은 불운과 경쟁을 이겨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진부할 수 있지만 배리가 내놓은 그에 대한 답은 다음과 같다.
당신이 내놓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기존에 비해 현격히 다르고 좋아야 한다.
어니스트 티의 혁신적인 전략은 단맛이 훨씬 적은 음료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이었다. 생수는 밋밋하고, 소다나 주스는 너무 달았다. 어니스트 티의 목표시장은 처음엔 틈새시장이었지만, 현재는 주류시장이 되어가고 있다.
평판에 투자하라.
제품이 엄청난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자본과 평판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어니스트 티에게 '정직하다'라는 말은 진짜 찻잎으로 음료를 만들고 유기농 재료를 쓴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어떠한 문제가 생기더라도 그들은 이 정직함을 잃지 않았다. 잘 구축한 평판은 성공을 보장해주지는 않지만, 최소한 성공을 위해 달릴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해준다.
브랜드의 힘
세스가 말하는 마지막 교훈은 바로 브랜드의 힘이다. 훌륭한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것은 음료의 병이나 라벨을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기업의 미션을 브랜드에 녹여내는 것이다. 어니스트 티의 경우, 그들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에서 가장 중요했던 부분은 '티'가 아닌 '어니스트', 즉 정직이었다. 어니스트 티는 믿을 만하고, 건강에 좋으며 유기농 제품이라는 것을 브랜드에 담았다.
"도망치세요! 도망치세요!"
세스가 창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라고 한다. 기업에서는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다. 그리고 회사를 키우면서 맛보는 재미와 보람은 언뜻 낭만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그에 따르는 위험은 엄청나다. 매일 식은땀을 흘려가며 고민에 머리를 쥐어 싸매며 일을 한다. 그런데도 왜 이 일을 할까?
세스에게, 그리고 많은 위대한 창업자들에게는 그 일이 '열정으로 살아가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비전을 실현해나갈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가 되기 때문이다. 이는 창업자 개인뿐 아니라 투자자와 같은 이해관계자를 비롯해서 회사의 가치를 전달받고 있는 소비자에게까지 전파된다.
어니스트 티는 운의 연속이나 한 번의 성장곡선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수천 개의 작은 경험들과 사람들이 모여 지금의 브랜드를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세스는 독자들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몇 년 전 가수 존 메이어의 <세상이 바뀌기를 기다리며>라는 노래가 인기를 끌었다. 멜로디는 좋지만, 메시지는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기다려서는 세상을 바꿀 수 없습니다. 우리는 매일 의식적으로 선택함으로써 변화를 만들 수 있어요. 입는 것, 살아가는 방식, 먹는 것, 그리고 당연하지만 마시는 것까지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