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과 자존감에 대한 사전을 찾아 보았는가?
요즈음 인터넷이나 방송을 보면 자존감에 대해서 많이 보고 듣게 된다. 대부분 자존심은 나쁘고 자존감이 좋다는 듯이 표현한다. 사실 나는 그 차이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우선 자존(自尊)에 대해서 네이버의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았다. 자존이란 ‘1. 자기의 품위를 스스로 지킴. 2. 자기를 높여 잘난 체함. 3. 철학 = 자경3(自敬)(자기 인격성의 절대적 가치와 존엄을 스스로 깨달아 아는 일).’이라고 한다.
자존이란 말 자체에는 사전적으로 이미 긍정적인 뜻과 부정적인 뜻 둘 다 내포되어 있다. 철학적으로 오히려 자경과 같이 깨달아야 한다는 의미가 있다. 자존이란 단어에 감과 심이 더해지면 부정적인 의미가 되고 긍정적인 의미가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의심이 든다.
자존심과 자존감을 네이버지식백과에서 찾아보니, 자존심은 ‘남에게 굽힘이 없이 자기 스스로 높은 품위를 지키는 마음이다. 즉 자신의 가치, 능력, 적성 등의 자기평가가 긍정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자존심은 자기의 능력에 대한 자신 또는 소속집단으로부터의 승인을 기초로 발생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자존감은 ‘자신에 대한 존엄성이 타인들의 외적인 인정이나 칭찬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신 내부의 성숙된 사고와 가치에 의해 얻어지는 개인의 의식’을 말한다.
자존심과 자존감에는 마음과 의식이라는 차이가 있고, 자신의 내부와 사회생활을 기초로 하는 것이고 자존감은 자신의 내부에 기초로 하는 차이가 있다. 우리는 인간이고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동물 중에 하나다. 자신의 내부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고 다들 인정하고 있지 않은가. 어느 것이 좋고 나쁨은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심과 감이 부정적이고 긍정적이라는 편견은 너무 심하다.
자기 계발을 위한 방편으로 이용한다고 말하고 싶겠지만 자존감이 자존심보다 성숙된 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내가 어렸을 때 어른들께서 “쓸데없는 자존심은 버려야 한다.”고 들었다. 자존심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이야기할 때 “쓸데없는”이란 말이 전제가 되었다. 굽힐 줄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간접적 표현이었다고 본다.
자존심과 자존감을 영어사전에서 찾아보면 one’s pride, self-respect, self-regard, self-esteem이라고 나온다. 다시 말하면 자존심과 자존감의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터넷에서는 영어로 self-esteem을 자존감으로 자주 표현한다. 영영사전에서 self-esteem을 찾아보면 “Your self-esteem is how you feel about yourself.”라고 한다. 번역하면 “당신의 자존심(자존감)은 당신자신에 관해서 어떻게 느끼는가이다.” 느낀다고 해서 감(感)을 썼다고 보지는 않는다.
자기계발서를 쓰는 작가나 자기계발에 대해 강의를 하는 사람들이 self-affirmation(자기확인)개념 대신에 사용하기 쉬운 자존감이란 말로 바꾼 게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든다.
과거에는 없던 말들과 단어들이 만들어지고 조합되고 하는 게 세상 돌아가는 현상이라는 데에 불만은 없다. 세상의 빠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신조어와 새로운 개념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멀쩡한 말이 있는데 부정적으로 혹은 비하하면서까지 새로운 말을 만들 필요는 없다고 본다.
자존심이란 우리에게 중요한 말이다. 다른 나라와 기 싸움에서 줄곧 밀리고 있는 우리나라다. 국제사회에서 국가의 자존감을 세우자고 말하는 게 맞는 말인가.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국제사회에서 당당하게 인정받고자 한다면 자존심을 가져야 한다. 국가의 자존심을 세워야 국제사회에서 인정을 받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