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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dall K Nov 12. 2022

0부터 시작하는 재봉일지

02 갑분 손가방-삐뚤어도 (아직은) 괜찮아

 두 번째 수업. 이 시간을 얼마나 기다려왔던가?


 앤 언니와 나는 첫 수업 후 일주일을 재봉틀에 몰입해 보냈다. 원단 아이쇼핑, 실제 쇼핑, 핸드메이드 로고 기획하며! 손에 익는다면 로고를 박아 여기저기 선물도 하고 납품도 할 큰 계획을 세웠다.


 이번 시간부터는 필 권사님이 만들고자 하는 것과 맘에 드는 원단을 챙겨 오라고 했다. 다만 나는 힘든 일주일을 보내고 가려니 아주 조금 늦는 바람에, 만들고자 하는 건 생각을 못했다. 다행히 앤 언니가 가져온 샘플 에코백이 있어 재단에 참고할 수 있었다.


 나의 원단은 일반 면보다는 아주 조금 도톰한 가을 가을 면이었다, 힘 있고 쓰임새 있는 천 가방을 만들고 싶었다. 생각보다 어깨에 멜 끈을 길게 재단했기 때문에 양쪽 면에 하나씩 이어 붙여 세로가 긴 A4 사이즈의 가방으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오늘의 수업도 시간이 쏜살같이 흐르는 서바이벌 형식이었다. 앤 언니는 일찍 도착해서 재단을 마치고 가방끈을 재봉하고 있었다. 권사님은 곧이어 내게도 재단을 지도하셨다. 자로 슥슥 알아볼 수 있게만 재단 선을 긋고, 사각사각 가위로 자르는 순간도 힐링이 되었다. 가방 만드는 날 룰루!


 처음 재봉은 가방 끈이었다, 끈 두께를 내 목표보다 두배로 재단해서, 뒤집어 반을 접는다. 네모나게 작은 한 변만 남기고 드르르륵 재봉을 굴린다. 남은 변에 긴 막대기를 넣어 훌쩍 뒤집으면 제법 그럴듯한 가방끈이 완성되는데, 이를 다시 한번 튼튼하게 박아주면 예쁜 다용도의 끈이 탄생한다.


예쁘고 그럴듯한 다용도의 끈!

 끈을 만들어 뒀다면 이제 가방의 몸통 차례다. 재단해둔 가방의 몸통도 뒤집어 반을 접고, 예쁘고 튼튼하게 입구만 남긴 나머지 3개 변을 직선 박기로 재봉한다. 이렇게 세 변을 박으면 필 권사님이 너무나 탐나는 오버로크 기계로 완성도 있게 원단 가변을 정리해 주신다. 이 시점에서 오버로크 기계, 너무나 사고 싶은 왕초보 둘.


 원단 가변 정리를 마치면 남아있는 가방 입구는 끈을 잘 물고 있을 수 있게 안쪽으로 접어서 다시 한번 직선 박기를 굴려 준다.


가방 입구는 튼튼하고 예쁘게 안쪽으로 조금 접어서 직선 박기

 면을 접어서 하는 경우, 나 같은 왕초보는 똑바로 직선 박기가 힘들었기 때문에 시침을 활용했다. 그래도 한 번씩 할 때마다 요령이 생기는 감이 있기는 하다. 앞으로 재미가 가시지 않도록 많은 자습과 복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방 몸통을 완성했으니, 내 몸에 맞게 가방끈을 대보고 몸통에 다는 작업으로 넘어갔다. 끈이 뜯어지지 않고 보기에 예쁘도록 살짝 접어 일단 직선으로 박고, 그 반대면을 위로 올려 접은 단이 보이지 않도록 네모나게 박는다.


직선으로 박고, 위로 올려 네모나게 박는다

 처음인 데다 마음이 급해져 조금 망했지만, 내가 들고 다닐 거라 생각하니 처음치곤 제법 잘한 기분이 들었다. 가방을 휘뚜루마뚜루 돌리면서 이 끈을 박았더니 갑분 가방. 내 손에서 가방이 탄생했다!

 

 

갑분 가방. 내 손에서 가방이 탄생했다!

 생각보다 끈을 넉넉하게 만들어서 조금 길기는 했지만, 한번 묶어 쓰니 오히려 힙하고 느낌 있는 느낌이다. 오늘도 뿌듯함에 어깨가 0.3cm 정도 올라서 육지행 비행기를 탈 수 있겠다.


 두 번째 수업을 마친 후의 깨달음은 그것이다. 내 재봉 실력을 가릴 수 있을 만큼 어여쁜 원단을 마련해서 시선을 교란시키자! 그렇다면 누구 눈에도 예쁜 가방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시간에는 누빔 천을 준비해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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