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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로나 Jul 02. 2021

부자들이 겉치레에 신경쓰지 않는 이유

차이적소비 - 장 보드리야르

https://www.wikitree.co.kr/articles/652421





신문기사를 읽다가 재밌는 기사를 봤다. 가난한 사람은 온몸에 명품을 휘감고 있고, 부자들은 아무렇게나 편하게 입고 있다. 위의 억만장자 예시로 나온 사람은 페이스북 창업자이자 최고 경영자인 마크 저커버그와 그의 아내 프리실라 첸이다. 






차이적 소비


왜 부자들은 옷차림에 신경 쓰지 않을까? 왜 빈자는 명품에 집착할까?


프랑스의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는 자신의 대표 저서 <소비의 사회>에서 소비를 '기호의 교환'으로 재정의했다. 소비가 '나는 당신들과 다르다'라는 '차이'를 표현하는 기호라는 것이다.




소비자는 스스로 자유롭게 원하고 선택해 타인과 다른 행동을 하지만,
이 행동이 차이화의 강제나 어떤 종류의 코드에 대한 복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타인과의 차이를 강조하는 것은 동시에 차이의 모든 질서를 새로 만들게 되는데, 이 질서야말로 처음부터 사회 전체가 할 일이며 싫든 좋든 개인을 넘어선다. 

장 보드리야르 <소비의 사회>


부자가 명품이나 고급차를 구입하는 것도 물론 과시하기 위한 '차이적 소비'이지만, 이런 호화 소비만이 '차이적 소비'가 아니다. 


이를테면 스파 브랜드의 옷이나, 하이브리드 차량을 타거나, 무인양품을 애용한다거나, 한적한 시골마을에 지내는 일 또한, 부자들이 그러한 선택을 하지 않은 타인과 자신은 다르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한 '차이적 소비'라는 것이다.


기능과 정서상의 소비가 모두 해결되면 사람들은 자아실현을 위한 소비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가 공유한 선호하는 기호의 아이템을 선택할 때, 어떤 이는 그것과는 차이를 두는 소비를 한다. 이를 통해 '차이적 소비'를 행한다. 


많은 재화가 넘쳐나는 시대에 '과시적 소비'는 오히려 그들에게 세련된 기호의 '차이'를 두기가 어렵다. 그래서 부자들은 굳이 애써 과시하지 않음으로써 과시한다. 







톱클래스가 아니면 누가 톱클래스인지 제대로 알아차리지도 못한다.



이 같은 차이는 도리스 메르틴의 <아비투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서구 세계에서는 차고 넘치는 하찮은 물건들에서 자유로운 것이 물질 소비보다 더 많은 선망을 받는다. 물론 애초에 그런 걸 사지 않으면 더 좋다. 사물의 과잉 속에서 소박한 인테리어와 엄선된 소비가 새로운 형식의 고급스러움으로 각광받는다. 자발적 금욕은 가장 풍족한 사람들에게 가장 매력적이다.
독일 역사학자 쿠르트 뫼저(kurt moeseR)가 설명하듯이 절제된 소비에서 고급 아비투스가 드러나는 이유는 두 가지다. "명백히 드러나는 공백은 소유와 하찮은 소유물 수집의 포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좋은 취향과 품격의 표시일 수 있다. " 긴 설명보다 스타일이 우리의 가치관과 가능성을 더 잘 알린다.
우리는 성공을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을 보면 누구나 우리의 취향과 사회 계급을 쉽게 읽을 수 있다. 인정을 받으려는 과장된 노력은 헛되다. 지위 표시를 너무 노골적으로 내보이는 사람은 스스로 수준을 떨어트린다. 심리학에서는 성공한 사람의 겸손한 태도를 ‘카운터 시그널링(countersignaling)’이라고 부르는데, 한 문장으로 기술하면 이렇다.
-과시하지 않음으로써 과시한다.-




예를 들어 하버드 졸업생이 "보스턴에서 학교를 다녔다." 라고 하는 것, 엄격한 원칙에 따라 기업을 경영하느냐는 질문에 "그러려고 노력합니다. " 라고 답하는 것이다. 


성과와 성공을 낮춰 말하거나 아이러니로 표현하는 것은 지위와 스타일로 말을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자신과 타인에게 아무것도 입증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톱클래스는 절제할 줄 알고, 말로 하는 평가 없이도 사물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다. 


톱클래스에 속하지 않는 사람은 누가 톱클래스인지 제대로 알아차리지도 못한다.








위에 사진 속 마크 저커버그는 정말로 귀찮아서 저 티를 입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위에서 언급한 '차이적 소비'와 '과시하지 않음으로써 과시한다.'를 철저히 이행한다고 생각한다.


저커버그가 입고 있는 회색 티셔츠는 남들이 입는 1, 2만 원짜리처럼 보이지만, 한 장에 300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루넬로 쿠치넬리(Brinello Cucinelli)라는 이탈리아 고급 패션 브랜드에서 저커버그만을 위해 맞춤식으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일반인에게는 판매조차 하지 않는다.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입증하지 않아도 톱클래스는 절제할 줄 알고 겸손한 태도를 보인다. 설령 그게 '기호의 지옥'에서 살고 있는 우리가 선택한 것처럼 보였지만 아닌 다른 것이라도 말이다.


최근에 유행하는 미니멀리즘도 비슷한 맥락 아닐까? 비움과 절제가 오히려 타인의 선택보다 내 선택을 돋보이게 만드는 차이적 소비인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세상의 다양한 것들 중, 특히 경제적인 부분에서는 소수의 선택을 받은 많은 것들이 더 잘 나가는 것 같다. 비록 시간이 좀 걸릴지라도 말이다. 




Photo by Micheile Henderso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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