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출장 속의 출장 - 미야와디로 떠난 2박 3일의 육로 여행
내일부터 출장이라서 저녁 때는 호텔에서 느긋하게 밥을 먹자는 생각에 호텔 부페를 갔다.
미얀마에 출장을 와 있는 상태에 다시 출장이라고 하면 이는 '출장 속의 출장'을 의미한다.
미얀마 동부 끝에 '미야와디'라는 도시가 있는데 이곳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 이번 '출장 속의 출장'의 미션이다.
부페에서 이것저것 먹으려 하던 참에 호텔에서 간략하게 하는 디너 쇼 중 이곳 인형극을 보게 됐다.
아… 미얀마는 인형극이 유명하다 했지… 싶어
유심히 들여다 보니 오늘 인형사가 데려 온 인형은 Zawgyi (연금술사, 마법사, 조우지)라는 인형이었다.
그의 마치 피가로와도 같은 경쾌한 움직임을 보면서 인형의 도시, 만달레이 Mandalay에 가면 꼭 인형극을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저녁을 마무리하고 잠을 청했다.
우선 내 위치는 미얀마하고도 양곤이라는 도시에 있는 것이었고, 내가 가려고 하는 곳은 미얀마의 동쪽이었다.
이곳은 Kayin주 (꺼인이라고 읽는다 정확히는 꺼! 이인 하면서 앞에 강세를 주고 뒤를 장음으로 빼면서 내린다. 꺼 다음에는 잠시 쉬어야 한다 ㅎㅎㅎ)라는 곳이고, 미얀마는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는 나라여서 그리 멀어보이지 않아도 430km를 넘게 가야 하는 긴 여정이다.
문제는 이곳에는 비행기가 취항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따라서 우리는 하는 수 없이 버스를 타야만 했다.
또 하나의 문제는 미얀마의 길은 정말 1km도 제대로 포장되어 있는 곳이 없어서, (정말 단 1km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같은 포장도로는 없어서) 그 430 여 km의 여행은 흔들거리는 여행이어야만 했다. ㅠㅠ
그래서 단지 그 거리를 가는데 9시간이 걸리는 것이고, 그곳까지 가는데 두번의 휴게소 (30분 휴식)를 거처야 하는 거다.
※ 참고로 비슷한 거리인 싱가포르 - 말레시아 쿠알라 룸푸르 구간은 버스로 약 4시간 여면 충분히 주파가 가능하다.
함께 가는 친구가 너무나도 좋은 우등 버스를 탈 수 있다고 해서 기대를 했건만 그 우등 버스는 야간에만 운행하는 것이어서 하는 수 없이 'VIP Bus'라는 이름을 가진 일반 버스를 타야만 했다.
차내에 손님이 많지 않고, 에어콘이 추울 정도로 가동되는 버스여서 타고 가기에는 매우 쾌적했다.
다만 어디에선가 나는 미얀마의 냄새는 어쩔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더운 나라여서 차 안에 있을 수도 있는 곤충을 걱정했지만 강한 에어콘 탓인지 내가 계속 뿌려댄 모기방지제 덕인지는 몰라도 곤충 피해는 입지 않았다.
버스 안내원은 탑승객을 반갑게 맞이했고, 버스에는 기사 2명과 안내원 1명 (모두 남자)가 탑승한다.
나중에 보니 이들은 번갈아가면서 운전을 하고, 안내를 한다.
차에 탑승한 승객들은 하나 둘 각자의 포지션을 잡고 긴 여정을 준비한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휴게소의 모습은 세계 어디를 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저 각자의 문화가 배어 있을 뿐 휴게소에는 버스 승객들이 잠시 머무를 동안 필요한 음식, 음료, 선물, 스낵 등이 있다.
그리고 그곳에는 약간 품질이 나쁜 물건들이 있다. 이 법칙은 한국도, 미국도, 일본도, 이란도, 이곳도 다 같다.
▼ 이곳 음식은 여느 동남아 음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샨카오셰 (샨 지방의 국수라는 뜻)이라는 국수는 매콤새콤해서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에도 나름 잘 맞는다. 미얀마는 다양한 콩이 생산되는 곳이고, 특히 땅콩이 유명해서 요리에 땅콩을 자주 넣는다.
볶음밥도 여느 동남아 국가의 볶음밥과 다르지 않다.
다만 중국인들이 지닌 듯한 맛난 볶음밥 만드는 DNA는 이들이 가지지 못한 DNA인 듯하다.
이름모를 광주리에 담긴 음식들이 있지만 저 음식들을 먹기엔 내 면역체계가 그리 미얀마스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 다시 버스를 타고 달린다.
창밖에는 비가 오기 시작한다.
지금이 가장 절호의 타이밍이라고 생각해서 휴게소 직원에게 뜨거운 물을 부탁한다.
얼굴에 '타나카 (미얀마식 썬블록)'을 바른 직원은 빨간 보온병에 담긴 뜨거운 물을 가져다 준다.
물을 붇고 3분후, 7시간 동안의 버스 여행의 피로가 한꺼번에 풀리는 듯 했다.
해가 뉘엇뉘엇 지는 저녁 시간이어서 휴게소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잠시 구경하려고 휴게소 뒷편으로 들어갔다.
미얀마의 휴게소는 보통 가족 단위로 경영을 하는듯 했고, 뒷편에는 휴게소를 운영하는 가족이 사는 집이 같이 있었다.
정원에는 기가 세 보이고, 맛은 없게 생긴 투계와 같이 생긴 '살아 있는 공룡' 닭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들이 사는 곳 뒷편에 있는 약간 큰 공동 욕조를 발견하고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오후에 일을 마치고, 하루를 정리하는 아낙들의 목욕 시간이었다.
욕조를 좀 찍었으면 한다고 하니 그들은 선선히 자신들의 목욕을 잠시 멈추고, 길가는 나그네에게 욕조를 찍게 해 준다.
찍을 때는 몰랐지만 너무 무례한 행동이어서 연신 미안하다며 사과를 한다.
함께 타고온 버스 기사와 안내원에게 사진을 찍자고 한다.
오른쪽의 버스 안내원은 내가 본 미얀마인 중에 가장 욕심이 많은 사람으로 기억될 사람이다.
왜냐면 그는 나에게 내가 가진 무선 헤드셋을 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 정도의 욕심이 내가 미얀마에서 경험한 가장 큰 욕심이라고 하면 이들이 어떻게 사는지 대충 짐작이 될런지?
얼기설기 긴 여정을 마치고 숙소로 향한다. 내일 해야 할 일들에 대한 논의를 하고는 잠자리에 든다.
세상에 이런 출장 일정이 있나? 싶다. 단순히 이동만을 위해 11시간을 움직이고, 움직인 끝에는 바로 잠을 자야 한다니…
문명 세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출장 일정 아니던가?
내가 뭐라고 떠들건 이 나라에는 이 나라의 사정이 있다. 난 그냥 자기로 마음 먹는다. ^^
그래도 안전히 여기까지 온 것이 감사하고, 여기에 올 때까지 고생한 모든 사람에게 축복을 돌린다.
By 켄 미얀마 동부 출장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