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장마 끝 하늘은 좀 더 맑을 줄 알았는데, 기후가 아열대로 변한 듯 무더운 기온에 쉼 없이 몰려드는 비 구름이 예상치 못한 물줄기를 뿌려대니, 봄 꽃은 다 지고 거센 비바람에도 잘 버텨줄 이파리만 나뭇가지에 무성한 한여름이란 사실이 나무들은 참 감사하겠다 싶은 오후에, 최근 본 누군가의 한마디가 반향이 되어 직접 듣지 못했는데도 귓가에 맴돌아 잠시 그 의미에 젖어보려 해
봄 무렵, 어떠한 개연으로 그 나무 그 가지에서 나란히 피어났던 벚꽃잎은 때가 되면 땅으로 지고, 이리저리 봄바람에 휩쓸리다 오 간데 없이 사라지는 게 마치 우리들 만나고 잊힘의 이치인 듯하여 그저 그 시간에 충실할 뿐이라는 한마디에 고개가 끄덕여지다가도, 문득 어쩔 수 없는 운명이란 별명의 시간이 아쉬워 벚꽃과 우리가 다른 게 무엇일까 고심하다 발견한 건, 이 이야기를 짓고 엮는 나 자신, 그리고 우리였어
소재는 인연이 주고, 엮는 건 시간이 하고, 말미에 마침표 하나는 우리가 찍어 완성하는 그것은, 바람도, 벚꽃도, 지금 다시 내리려 하는 빗방울도 아닌 우리들의 자유 의지에 의해 맺어지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