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지인 몇과 강원도에서 자전거 여행을 할 때, 마땅히 쉴 곳을 정하지 않고 달리다 어느 식당의 간판만 보고 들어가 식사를 했는데, 의외로 맛있던 콩국수가 이 계절만 되면 생각이 난다. 물론, 운동하다가 허기져 들른 식당치고 맛이 없는 곳이 없으니 그곳이 정말 모두에게 맛집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때는 그랬다.
땀 흘리며 걷던 강남의 어느 골목에서, 간판도 없는 한 카페 앞 노상의 의자와 카페 이름만 보고 들어가 커피를 주문하고 보니 새삼 그때가 떠오른다. 다른 것은, 그때는 주도적이고 자의적인 허기였다는 것? 카페에서 사고 싶었던 것은 때 이른 더위, 공사장 소음, 오토바이들의 무질서 가득한 도심을 피해 이 평화로운 골목을 벗어나지 않는 명분 혹은 시간이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맛도 모르는 커피를 마시고자 들른 카페가 나를 당긴 것은 무더운 날씨인지, 편해 보이는 의자인지, 카페 이름인지, 아니면 그냥 분위기에 지배당한 의식 인지 … .
커피는 맛있었다
물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