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케니스트리 Jul 17. 2019

도심 속 자연 정원

세계문화유산 선릉과 정릉 산책기

며칠째 하늘이 흐리고 간혹 비가 내린다. 사무실 한쪽 창은 빛의 투과가 적은 필름으로 인해 실제보다 세상이 더 어두워보인다. 그 마저도 물, 숲, 도시 야경 같은 멋스러운 장면이 아닌, 바쁜 어느 도시의 모습이 전부다. 구름보다 흡연 연기가 더 익숙한 전경. 매일 아침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건, 옆 건물 옥상의 에어컨 실외기, 그리고 가끔 올라와 담배를 무는 사람들이다.


한적했던 봉은사로에서 다소 복잡한 강남대로로 이사 오고 두어 달이 지나, 일상은 적응했으나 이유 모를 답답함이 늘 조금 가슴 한편에 남던 차에 최근 한 런치메이트가 즐겨 찾는 도심 속 쉼의 여행에 동행하며 하루 약 20분, 점심시간 트여 스며드는 공기 크게 한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발견해 작은 편안함이 되었다. 그 공간은 조선왕조 제9대 성종과 11대 중종이 잠들어 있는 '선릉과 정릉'이다. 무덤이지만, 이 곳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무덤 주인에겐 별 관심이 없다.


잘 가꿔진 도심 속 녹지의 평일 오후, 한적한 산책로의 모습.


전체 모습이 부채 혹은 가리비를 닮은 선릉과 정릉은 이름 그대로 두 개의 왕릉, 그리고 그 사이에 조성된 숲으로 이루어진 공원의 모습이다. 비록 무덤이라고는 하지만 인근의 직장인이 점심시간에 잠시 들러 산책하기 좋은 완만한 언덕의 숲길이 매력적이다. 산책로 곳곳에 의자가 있어 쉬어 갈 수도 있고, 유료 입장 공간은 잘 관리되어 화려함과 오염 없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신기하게도, 몇 걸음 안으로 옮겼을 뿐인데도 도심의 소음은 들리지 않는다.


 

보통 걸음으로 한 바퀴 걷는데 15분 남짓, 도심에서 잠시 벗어난 쉼이 있는 곳


만 10년 전, 2009년에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된 선릉과 정릉은 곁에 있지만 쉬이 갈 수는 없다. 멀어서가 아니라 눈에 보이는 것만 믿고 익숙한 길만을 좇아 사는 데 바쁜 우리들 눈 밖에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돌담길을 매일 지나면서도 딱히 그 안이 궁금하진 않은 우리의 직진성 때문이고, 선릉역과 선정릉역을 매일 이용하지만 그 어원에는 관심 없는 TMI에 지친 우리들 때문이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구름이 지나며 도시 사이사이 빛을 만든다. 다시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와 쉼을 청하길 기다리는 낡은 아파트 숲을 지나 도심 속 자연 정원 ‘선릉과 정릉’으로 향해 봐야겠다.


경사가 완만해 어린아이나 휠체어를 탄 몸이 불편한 분들도 동행이 있다면 무리 없이 산책할 수 있다.


음식물 반입은 원칙적으론 안되지만 음료 정도는 눈감아 준다. 일반 입장료는 1,000원이다. 자연 속 쉼이 고픈 직장인을 위한 점심시간 연 정기 이용권 30,000원, 1개월 상시 입장권 10,000원, 점심시간 10회 입장권 3,000원(유효기간 3개월), 만 24세 이하나 만 65세 이상 국민은 무료입장이며 매주 월요일은 정기 휴일이다.

 

10회 이용권을 3,000원에 구매하고야 말았다.


비용 1000원과 함께, 이런 멋진 도심 속 자연을 선물해준 예전 세상 어느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도 주머니 한 켠에서 꺼낼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더 없이 좋은 그 곳을 점심시간 이후 활력이 필요한 인근 사회인에게 추천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식빵이라 욕하지 않기로 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