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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니스트리 Jun 01. 2021

비, 대면

비, 출근길, 카페 우드리

비 오는 아침엔 빈 손이 좋다. 손에 아무것도 없어야 우산과 커피를 모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조금 일찍 집을 나선다. 우연히 집에서 가까운 회사를 다니게 되면서 최근 출근길은 복잡한 전철역으로 향하는 바쁜 잰걸음이 아닌 산책길이 되었다. 집을 나설 땐 우산만 손에 들고 있다. 그리고 허전해하는 나머지 한 손이 직접 전화기를 들어 회사 근처 카페에 전화를 건다.


"여보세요."


요즘엔 이런 일상의 자연스러운 인사말이 온통 예의를 갖춰 묻는 상업적 안부보다 편하다.


"라떼 한 잔 곧 가지러 갈게요."


늘 하듯 같은 걸 주문한다.


"시럽 하나 넣을까요?"


어쩌다 시럽을 하나씩 넣기도 하는 나의 취향을 기억해주니 고맙다.


"아뇨, 오늘은 괜찮아요."


그렇게 전화를 끊으면 출근길은 카페로 향하는 길이 된다. 집에서부터 회사에 가는 길은 공원길과 대로변,  가지 선택이 있다. 거리는 공원길이 아주 조금 멀다. 하지만 대체로 나는 공원길을 택한다. 특히 이런  오는 날엔 생긴 것이 오솔길에 가까운 공원길을 걷는 것이 좋다. 비가 많이   크고 작은 물웅덩이가 많이 생겨 있어 이리저리 피하며 걸어야 한다. 비는 이처럼 어떠한 정형을  정형의 모습으로 바꾼다. 그래서 비를 비라 하나? 웅덩이를 피하며 걷다 보면 머리로 잡념이 끼어들 틈이 없다. 그저 신발이나 바지 밑단이 젖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만드는 본능적 걸음걸이뿐.


그렇게 걷다 보면, 멀리 원목 텍스처 가득한 자주 가는 카페가 보이는 곳에 이른다. 그곳 커피를 매일 찾는 이유는 사실 커피  때문만은 아니다. 건물 코너  넓은 공간이 둘러싼 위치와, 우드리(Woodri) 이름처럼 원목 콘셉트의 심플한 가구와 테이블, 친절하고 센스있는 사장님, 그리고  모든 것이 만드는,  도착해 만나게  사무실의 사각형 책상과는 대조적인 분위기의  공간마치 출근길 잠시 앉아 쉬어갈 벤치 같은 그런 느낌이라서.   카페에는 요즘 흔한 무인 주문 기계가 없다. 전화로 주문해도 들러서 찾을  계산은 직접 해야 한다. 비대면 주문 시설을 갖춘 가게가 늘어가지만, 왠지 이런 카페에는 이런 심플한 아날로그 소통 방식이 어울린다.


요즘 무인, 비대면, 언택트 등의 단어가 익숙하다. 판데믹의 시기인 이유도 있고, 임금이 비싸 직원을 두는 것이 어려워진 이유이기도  것이다. 우리 동네만 해도 1 가구가 많은데, 최근 어딜 가나 흔하게   있게 늘어난 것이 무인 카페와 무인 세탁실이다. 그러니 생기는 새로운 문화도 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비치된 종이와 포스트잇으로  메모를 남기는 사람들. 메모가 늘어가는 이유는 아마도,  한마디 건넬 상대도 없이 돌아가는 건조기  빨래만큼이나  또한 느낄 이유 모를 목마름을 느끼기 때문은 아닐까. 포스트잇에 적힌 글귀가 늘어가는 만큼 사람 직접 대할 일은 드문 요즈음, 그래도 다행인 것은  오는 출근길 전화기를 들어 주문하고, 카페에 들러 나의 커피를 받으며 건네는 인사로 시작되는 하루  대화의 상대가 키오스크(kiosk) (app) 아닌, 나의 취향을 기억하거나, 계산을 했는지  했는지 같이 헷갈려 '사람'이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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