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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니스트리 Apr 07. 2022

어느 봄 밤, 자전거, 그리고 동행

해가 질 무렵 옷을 챙겨 입고, 안장에 올라 페달을 밟는 일이 고단하지 않고 상쾌한 기분인 계절이다. 이전의 부담이란 것은 어깨 위의 짐 같이 무거운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사정없이 몸속 곳곳으로 파고드는 가볍디 가벼운 차가운 공기다. 페달을 밟으며 근육이 운동을 하고, 지속적으로 폐로 공기를 들이마시다 보면 어느새 몸의 열이 바깥의 공기를 밀어내는 순간이 온다. 그렇게 밀당하듯 적당한 체열이 유지되면 편하겠지만 그런 균형은 반드시 깨어지게 마련이다. 열이 과하면 땀이 나고, 충분하지 못한 열량은 한기를 들인다. 땀이 식는 것은 최악이다.  땀이 앗아간 체열의 공백은 찬 공기로 채워진다. 겨울 라이딩은 그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


벚꽃이 필 무렵인 요즘은 한밤이라도 달리고 싶은 직장인 라이더가 기다려왔던 계절이다. 해가 진 후의 라이딩이 좋은 것은 계절뿐만은 아니다. 낮보다 한산한 한강 자전거 도로를 달릴 수 있고, 낮엔 부담스러운 자외선도 없다. 그런 밤 라이딩. 전보다 가볍게 입고 달려도 덜 춥고 상쾌할 수 있는 이 밤이 소중하다. 오늘 그랬다. 상쾌한 밤공기를 마시며 한강과 남산을 집이 가까운 동행과 함께한 라이딩은 그 자체로 더할 나위 없었다.


그래서일까, 내가 느낀 페달링의 경쾌한 감각과 눈앞의 풍경뿐 아니라, 가며 만난 모르는 라이더들의 면면이 다 특별하게 기억된다. 마치 하루 이틀 함께 한 것이 아닌 듯 인상적인 팀워크가 돋보인 라이더 무리와, 나와 같은 자전거를 타 눈길이 가다 곧 자전거보다 그녀의 페달링이 더 인상 깊었던 솔로 라이더. 이외에도, 열정 넘치는 러너들의 팩 러닝, 축지법이라도 쓰듯 아무리 해도 거리가 좁혀지지 않은 어느 노년의 남성과 그의 전기자전거도 기억난다. 한강을 한 바퀴 돌다 보면 맞바람(역풍) 이거나 뒷바람(순풍)이다. 머리에선 곧 잊히더라도 이 글에는 남겨질 장면들. 잠시 쉴 때, 함께 갔던 지인에게 말했다. "밤에 자전거를 타다 보면, 자전거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이 보여서 좋다"라고. 나도 그래서 이 밤에 나왔으니까.


일행 중 나와 가장 집이 가까운 라이더와 비로소 갈림길에서 헤어지고 나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집이 가까운 사람과 같은 목적지로 라이딩을 하고 돌아오다 보면, 그와 가장 오래 같은 공기를 마시고 같은 방향을 보고, 그 목적지가 집이 되는 순간 가장 가까이하다 멀어지는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어 감사한 일이라고. 이래 저래 밤공기에, 밤하늘에, 서울타워에 걸린 초승달에 취해 별별 생각이 다 들었던 어느 밤 라이딩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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