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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니스트리 Dec 07. 2022

멈춰버린 그들의 일상 (2)

이커머스 플랫폼 독과점에 대하여

'쿠팡 시스템 먹통... 생활물류 대란 현실화'


어느 날 신문에서 이와 같은 헤드라인을 보고 '낚시성'일 것이라며 믿지 않는 사람이 많다면, 그래도 세상은 아직 소비자 주도의 건강한 자유경제와 순환 물류 기반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럼에도 최근 한 동료가, "이젠 쿠팡 없이 못 살 것 같아요"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며, 쿠팡 없이 만 2년을 살아온 경험과 지금의 쿠팡 충성고객들 사이에 인식의 괴리감을 느꼈다. 그리고 얼마 전에 본 이런 기사 제목이 떠올랐다.


'앞으로 쿠팡서 '햇반' 못 산다... CJ 제품 발주 중단 '초강수''



쿠팡맨이 '쿠팡친구'가 돼도 결국 플랫폼 노동자 (이미지 출처: 한겨레)



브랜드 권력 vs 유통 권력


CJ제일제당이 원재료 가격 급등으로 인해 햇반 공급 가격을 인상했고, 쿠팡은 CJ가 기존엔 납품률도 저조했으면서 가격 인상 뒤 납품률을 높이는 '행태'를 보였다며 발주 중단을 했다는 내용이다. CJ제일제당 입장에서는 수익률 방어와 쿠팡이라는 거대 유통망의 유통 가격 지배구조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였을 것이고, 쿠팡 입장에서는 이러한 조치로 시장에 어떤 경고성 메시지를 주려 했을 것이다. 브랜드 권력과 유통권력 간의 싸움인 것이다. 그 배경이 어떻든, 쿠팡이 온라인 유통시장을 장악할 정도로 성장하지 못했다면 이런 결단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언론은 대체로 쿠팡의 비대칭적 성장을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경제 활성화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미 구축된 탄탄한 비즈니스 구조와 인프라가 없었다면 그 정도의 성장이 가능했을까? 과거 몸 담았던 한 물류배송 스타트업의 경우, 사업 초기에 충분한 인프라 성숙 없이 마케팅만 강화했다가 서비스 품질에 대한 부정 리뷰만 쌓여 결국 서비스를 중단하는 결과를 맞기도 했다. 당시는 비대면 배송 서비스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기 직전의 호시기였다. 아마존은 미국 최대 유통기업 월마트를 올해 소비자 구매액 기준 사상 처음으로 앞질렀다. 유통부문에서 월마트가 미국 내 매출이 2위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위기의식이 커진 월마트는 수천 개의 월마트 스토어를 기반 인프라로 이커머스 물류 서비스를 시작하고, 자율주행 배송으로 경제성과 편의를 높이는 변화를 취했다. 아마존과 월마트의 사례는, 국내에선 쿠팡과 이마트의 사례와 비슷해 보인다. 이마트는 쿠팡과의 온라인 커머스 시장 격차가 크게 벌어지자, 네이버와 이마트 쓱배송의 서비스를 연계했다.


'월마트는 수천 개의 미국 내 거점 인프라를 활용해 아마존이 점유한 이커머스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다'



충성 고객


쿠팡은 그렇게 쌓아 올린 유통권력을 이용해 최저가 경쟁 ('아이템 위너'로 대표되는)을 부추기고 자사의 현금흐름을 위해 결제를 지연시키는 등 불공정 계약으로 이미 문제가 제기된 적이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런 이슈에 잠깐은 관심을 가져도 결국 그런 속사정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여전히 저렴한 가격에, 무제한 무료 반품이 보장되는 빠른 배송이라는 쿠팡 서비스 자체의 편의만을 누릴 뿐이다. 그로부터 소비자가 모이는 플랫폼을 포기할 수 없는 소상공인들은 이 무한 경쟁의 장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개연의 반복이 계속된다. CJ제일제당과 같은 큰 제조사는 쿠팡 대신 다른 이커머스들을 선택했고, 쿠팡은 '햇반' 없이 다른 제품으로 카테고리 수요를 채워나갈 것이다. 언제나 대안이 없는 쪽은 권력 없는 소상공인들이고, 서비스 차질에 피해를 입는 것은 대안 없이 살아가던 충성 고객들이다.


충성 고객은 과몰입을 경계하고 언제나 불공정거래를 일삼는 플랫폼을 피해야 한다. 그러면 플랫폼도 경쟁적으로, 이익과 배분의 적절한 균형의 힘으로부터 지속 가능한 상생의 방법을 학습할 것임이 분명하다. (사회적 인식이 먼저인데, 갈 길이 정말 멀어 보이긴 한다)




독립 vs 독점


여러 이유로 쿠팡을 탈퇴하고 쿠팡 앱을 지운 지 2년이 지났다. 쿠팡이 아니더라도, 성숙한 물류 인프라 덕분에 웬만한 리테일러는 고객 주문일 기준 익일 배송이 가능하다. 식자재 구매는 오전에 주문하면 저녁에 받을 수 있는 신세계그룹의 이마트 쓱배송을 이용하고, 급한 건 편의점에서 해결한다. 그렇게 2년을 지내니 있었던 변화는 물건이 필요할 때 구매하고, 변심 반품하지 않을 제품을 신중하게 선택하는 좋은 쇼핑 습관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카톡 서비스가 중단되자 꼭 필요한 말만을 메시지로 전하고, 부모님께 카톡 대신 전화를 하게 됐던 것과 같다.


서비스는 자유시장 경쟁으로 가격을 낮추고 품질을 높이고, 그로부터 가치가 창출되는 건강한 빌드업이 필요하다. 공급자와 소비자, 그리고 그 사이의 유통업계 모두 그런 방식으로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이다. 이 과정 중 지나친 서비스 의존도는 발생하지 않으며, 언제나 대체할 방식이 존재해 어느 통로 하나가 막히면 늘 대안은 존재하게 된다.


최근 이슈인 화물 연대의 총파업도 가만히 살펴보면 원리가 비슷하다. 개개인이 사업자인 화물 운송기사의 권익을 위해 만든 것이 노조, 즉 노동조합이며, 고용주 혹은 국가를 대상으로 그들을 대변한다는 선한 목적을 가지고 시작했을 이 단체가 최근 '총파업'이라는, 일종의 독점적 권력을 행사하고 있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운송이 막히면 산업이 멈추고, 사회적 비용이 늘어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의 몫이다. 이 문제에도 '독(獨)'이 등장한다.


특정한 단체나 개인, 계급, 당파 따위가 어떤 분야에서 권력을 독차지하는 것을 독재(獨裁)라 하고, 소수의 기업이 생산과 시장을 지배하는 걸 독과점(獨寡占)이라 부른다. 그 시작은 시민, 사회, 혹은 소비자라는 대중적 선(善)을 지향했더라도 그것이 권력화 되면 폐해가 심각해질 수 있어 모두 경계하는 개념이다. 독재는 다행히 그 폐해를 역사로 겪어 경각심이 있지만,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시대 기업의 독과점은 아직 우리는 경험 중에 있어 언제나 대안을 두고 플랫폼 과몰입으로부터의 독립(獨立)이 필요한 시기다.



※이 글은 카카오 대란을 다룬 '멈춰버린 그들의 세상' 시리즈 두 번째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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