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케니스트리 Sep 11. 2024

생각 없이 인사하기

아침에 회사 건물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 회사 동료를 마주친다.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그런데 당황하며 인사를 받은 이는 생각했던 그이가 아니다. 그러고 보니 인사를 하다 만 듯도 하다. 뒷모습이 닮아 실례했나 싶어 해명을 한다.


"저희 회사 직원인 줄 알았어요" 


"아, 네..." 


그러자 의심의 분위기가 스르륵 걷힌다.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다 내가 먼저 내리게 되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인사를 건넨다.


"네, 안녕히 가세요" 


빌딩 숲, 적막의 동산에서 즐겨 찾는 카페 사장님이나 건물 관리인 아저씨가 아닌 처음 본 이와 나눈 첫 번째 인사였다.




건물에 들어서면 처음 눈을 마주치는 사람이 있다. 푸땡땡땡 커피숍 사장님, 혹은 건물 관리인 아저씨. 두 분 모두 눈이 마주치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인사를 건네신다. 푸땡땡땡 커피숍 사장님은 카페의 유리벽 넘어 반가운 정감으로, 건물 관리인 아저씨는 대면하며 육성으로 인사하신다. 회사, 어떨 땐 다소 차갑거나 건조하게 느껴질 수 있는 공간에 들어선 순간의 적응기 그 찰나에 우물쭈물하는 사이 먼저 인사를 건네주시니, 따뜻하고 생기 있는 감성으로 일해야 하는 직업에도 어느 정도 좋은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 말고는, 아파트든 회사 건물이든 마주치는 모르는 이와 거의 인사를 하지 않는다. 인사를 하는 것이 오히려 불편하거나 어색할 것 같아서다. 인사를 하는 대상은 계속 쳐다봐 눈 마주치며 작은 소리로 '안녕' 하자 손을 오무락 거리며 수줍게 고개를 돌리는 어린아이, 웃는 얼굴에 경계를 풀고 꼬리를 흔들며 다가오는 옆집 강아지 정도? 그러고 보면, 모르는 이와의 인사가 불편한 것은 우리가 이미 다 자라 버린 어른이고, 강아지보다는 생각이 많아서일까? 콜센터에서 '사랑합니다 고객님'이란 인사는 과하고, 거수만 안 했지 군대식 경례와 다를 것 없는 영업 본부장님의 인사는 부담된다.


자연스러운 인사는 관계와 생각이 심플할 때 나오는 것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