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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네디 Aug 04. 2023

전장연 지하철 시위, 한옥 스타벅스, 요즘 댓글 선진국

(feat. 필리핀휴게소, 캐나다 대도시)

2003년 3월 Vancouver Canada,

필요한 모든 정보 그 이상을 알고 갔기에 입국심사를 비롯한 모든 과정에 긴장은 없었다.

'아! 이거였구나."

그곳에서 보는 것, 듣는 것 하나하나가 익숙하고 신기했다. 

관련해서 미리 들었던 얘기들을 떠올리고 비교하며 이해했기에 그랬다. 

이미그레이션 입국심사관이 묻는 질문은 평이했고, 픽업 나올 사람과 만나는 장소도 쉽게 찾았다.

그렇게 첫날 하루 나의 일정과 동선은 편하게 그려졌다.

공부할 겸, 운동할 겸 혼자 이동하기로 한 둘째 날, 

이미 머릿속 깊게 새긴 작은 스트릿들을 거치고 Main street Robson을 따라 다운타운 끝까지 가서 자전거를 대여해 Stanley park 한 바퀴를 돌았다.

광활한 공원 둘레를 따라 달리는 코스였던지라 호텔로 돌아오는 길은 택시를 탈 계획이었으나 여전히 쌩쌩했고, 버스도 한 번 경험하자는 생각에 정류장을 찾아 기다렸다.

그리고 보게 된 모습들.


출처 : westvancouver.ca

출처 : 사진 1(vancouverpublictransit.wordpress.com), 사진2(wheelchairtraveling.com), 사진3(thestar.com)


직접 찍었던 사진들이 한국에 있는 노트북에 저장돼 있어 불가피하게 캐나다 각 홈페이지에서 퍼왔다.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워낙이나 많으니.

낮은 정류장 턱, 도착한 버스는 유압장치를 이용해 차체를 낮췄다.

휠체어가 편하게 오르내릴 수 있는 브리지를 인도에 걸쳤음에도 기사가 직접 내려 장애인을 도왔다.

길다면 긴 그 시간 동안 기다리는 사람 누구 하나 인상 찌푸리지 않았다. 

오히려 도움이라도 필요할세라 버스에 오르는 이들과 과정을 돕는 기사를 지켜봤다. 


온화한 미소로......


밴쿠버로 떠나기 전 자주 들었던 얘기 그리고 그 광경.

내가 갔던 2003년, 아니 그 얘기를 들려주었던 이들이 다녀온 2002년, 2001년에도 그랬다.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1위로 선정되기도 했던 캐나다 밴쿠버, 

그 이유를 채운 당위에는 몸이 불편한 이들의 이동권 보장도 다소나마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으리라.

토론토를 가도, 몬트리올을 가도, 각 상점을 가도, 매장을 가도 학교, 학원을 가도 마찬가지.

지나는 곳곳에서 장애인의 수월한 이동을 위한 장치, 설비, 시스템은 쉽게 눈에 띄었다. 


세월이 흘러 2010년,


필리핀의 한 지방도시를 가기 위해 마닐라를 출발, 도중에 들른 한 휴게소 그리고 그곳에서 발견한 노란색 페인트 칠이 된 낮은 경사의 오르막길.

한국의 고속도로 휴게소와 비교조차 민망한 상점 몇 개 없는 작은 필리핀 휴게소, 그 누추해 보이는 곳에서 조차 장애인 이동을 위한 배려는 확연였다.

2023년 오늘의 필리핀도 다를 바 없다. 



Don’t lose sight of the need for transit accessibility
 -The Star toronto-




전장연 시위


두 바퀴 위의 장애인들이 바라던 바는 그들을 위한 교통통제가 아니었다.

남의 도움 없이, 남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바깥세상을 다니고 싶었을 뿐.


따뜻한 햇살 시원한 바람

봄의 꽃내음 세상 돌아가는 소리


나에게는 

일상의 것들 평범한 것들 

그리고 대단치 않은 것들


그리 보고 싶고 

그리 느끼고 싶고

그리 맡고 싶고 

그리 듣고 싶고



경사로 없는 한옥 스타벅스


앞서 말했던 2003년 3월의 캐나다.

한 건물 건너 하나씩 여러 브랜드의 커피 매장, 동네 커피숍이 있었다.

'커피를 이렇게나 많이 마시나?'

그 이상했던 모습이 몇 년 후부터 한국에서도 펼쳐지기 시작했다.

포화상태라 단정할 수 없을 만큼 사라지는 곳 보다 생겨나는 곳이  더 많았다. 

그렇게 끊임없이 지금도 생기고 있다.

그 많은 곳들 중에 가장 큰 매출을 올리는 세계적인 기업 스타벅스.

지금 내 책상 오른편에도 작게나마 자리 잡고 서 있는 스타벅스 Venti cup.

설령 그곳에도 그런 매장이 불가피하게 한 두 개 있을지언정, 나는 캐나다 그리고 필리핀 어느 스타벅스 매장에서도 문턱을 보지 못했다.

굳이 2층, 3층에 자리 잡은 매장이라 해도 장애인의 이동과 접근을 위한 최소한의 편의는 보장됐다.

그래서 나는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 스타벅스에게 묻고 싶다.

"한국을 싫어하는지?"



요즘 댓글



=> 늦게 가는 것과 못 가는 것의 차이를 생각해 봅시다. 적당한 논리는 아닌 듯합니다.



=> 지금껏 그들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시위를 해 왔습니다. 비난은 상대에 대한 보다 많은 정보를 파악한 후에 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그들이 했던 일, 그들이 겪는 고생을 먼저 살펴보시고 얘기하시죠.



=> 지하철에서 시위하는 모습은 보셨으면서 그들이 집에서 그곳까지 어떻게 갔는지는 안 보셨나 봅니다. 리프트를 타고 이동하는 장애인을 몇 번이나 보셨는지? 지하철역까지 가는 것조차 힘드니 보기 쉽지 않으셨겠지요? 시위를 위한 시위요? 그들 시위의 목적도 모르시는군요. 이문세의 시를 위한 시는 감상이라도 가능한데 시위를 위한 시위는 무슨 말인지, 혹시 악플을 위한 악플을 달고 계신 건가요?




=> 그렇죠, 요즘 남 비난하는 단문 댓글의 문장들 중 상당수에 일반화의 오류가 보입니다. 님 주위에는 정기적인 기부, 정기적인 봉사활동 하시는 분이 한 분도 없으신가 봅니다. 게다가 정기적인 기부, 정기적인 봉사활동을 해야만 장애인의 현실 파악이 가능한가요? 정작 본인이 장애인의 현실을 모르면서 글로만 경솔하게 비난하시는 거 같습니다.  



전혀 논리적이지 않다.

요즘 댓글 상당수가 이런 수준.


영상에만 너무 익숙한 나머지 글에는 관심과 소질이 없어진 건지, 토론을 위한 혹은 비난을 위한 최소한의 기본 논리와 배경지식을 전혀 갖추지 않은 논거박약 댓글들. 

이래서 난 여전히 글이 고픈 이들을 만나 대화하고 싶다.



보다 넓은 시각으로 바라봤으면......


인류 역사의 오랜 시간, 상당수 국가를 살펴보면 남성우월의 사회였던 세월을 지루하리만치 오래 겪었다.

남녀 구분 없는 화장실, 어쩔 수 없는 구분 혹은 공용?

오래된 건물에 자리 잡지 않은 이상 요즘 그 어디를 가도 남녀 화장실의 구분은 명확하며 남녀 간 이용시간을 고려한 숫적 평등까지 세심히 지향하려는 노력.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말의 의미가 힘을 가지게 되었고 숫적, 양적에 있어 남녀 모두 평등한 사회로 가려는 의지가 눈에 띈다.

성인지 감수성에는 그리 민감한 사회가 되었건만 불평등인지 감수성은 사회 전반에 걸쳐 여전히 둔감한 듯하다.

대한민국 국민의 5.1%가 장애인이다.

하지만 정작 장애인 예산은 1%에 그치고 있다.

여성 100명당 남성 99.8명,  50:50에 가까운 그 비율만큼의 공정한 남녀평등 사회를 지향하려는 인류의 의지, 노력.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비율에 맞는 예산 책정은 되지 않고 있으니 이러다가 비장애인, 장애인 삶의 만족도가 94.9%, 5.1% 를 향하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OECD를 포함, 여타 선진국 평균에 훨씬 못 미치는 대한민국 장애인 급여, 급여 수급률, 복지예산, 연금, 비장애인대비 소득비중, 의무고용률.

OECD를 포함, 여타 선진국 평균을 훨씬 웃도는 대한민국 장애인 빈곤율.

선진국이라 자부하고 싶나?

문서와 관직을 돈으로 산 높은 대청마루의 노비 출신 양반의 모습과 다를 바 있나?

그래서 자기보다 못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감히 오르지 못하는 계단을 만들고 문턱을 높이는 것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다른 나라에서는 장애인을 끔찍이도 예우하는 스타벅스가 대한민국 그리고 우리 민족 전통을 상징하는 한옥에 자리를 틀고 그곳의 계단을 높였다.

대한민국 장애인을 향한 차별을 답습하여 그리 했다는 생각 들지 않나?

마침내 장애인들이 인권위에 진정을 내는 상황이 나오고 나서야 시정하려 했던 그 모습이 얄밉지 않나? 


마지막으로 묻고 싶다.

선진국 대우를 받는 국가를 바라는가?

선진국 국민이 되고 싶나?


부디,

선진국의 경향을 먼저 따르기 바란다.

선진국 국민의 격을 먼저 갖추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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