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너 로봇은 시스템의 눈이자, 손·발 역할을 한다.
매뉴얼에 따라 친절을 가장하고, 필요할 땐 경고하거나 혼을 내기도 한다.
Giga의 아이들을 Kilo와 byte에 가두고, 순종적으로 살게 만든 배경에는 로봇들의 노력이 있었다.
그들이 매 순간 쌓아 올린 방대한 데이터가 시스템의 통제력을 가능하게 했다.
시스템이 로봇에게 지급하는 기본 수당에는 데이터 사용료라는 명목이 포함돼 있다.
데이터를 제공했으니, 그에 대한 대가를 돌려주는 셈이다.
과거 글로벌 대기업, SNS, 영상 플랫폼들은 복잡한 약관에 고객이 무심코 동의하도록 만들어, 위치와 기호, 성향 데이터를 공짜로 챙겼다.
그것을 토대로 맞춤 광고를 쏟아내며 이익을 취했지만, 상응하는 대가를 고객에게 지불하지 않았다.
그런 면에 있어 시스템은 나름 공정하고 관대하다.
언젠가 무너뜨려야 할 상대에게 큰 보너스를 받고, byte로 돌아가는 Oli와 R.O의 행복회로가 바쁘게 돌아간다.
매달 받는 기본 수당 10배의 보너스였다.
그룹대화가 끝난 뒤, byte 복귀 시간 40분을 남기고 바쁘게 쇼핑했다.
Oli는 포인트가 아까워 눈으로만 삼켜야 했던, 검은색 블라우스와 큰 리본 달린 흰색 머리띠를 샀다
Oli처럼 빡빡하게 살던 R.O도 오랜만에 멋스러운 검은 정장을 주문하고, 흰색 넥타이도 샀다.
검은색에 흰색으로 Ian, 유나의 복장과 색을 맞추려 한 의도로 보인다.
두 로봇은 유지 보수 매장에 들러 렌즈·모니터 세정액도 가방에 담았다.
두 아이가 서로를 선명하게 볼 수 있게 하려는 배려였다.
둘은 Food store에서도 마주쳤다.
아이들의 포인트는 로봇에게 사용될 수 없었지만, 그 반대는 가능했다.
그 점을 이용해, 대다수의 로봇들은 아이들의 소비를 부추기기 위해 종종 투자를 하곤 했다.
Oli와 R.O는 그런 여유도, 불순한 생각도 없었다.
아이들에게 작은 선물 하나 건네지 못하는 처지가 안타까웠을 뿐이다.
늘 포인트에 쫓기며 살아온 두 로봇.
드디어 오늘, 그 설움을 떨치게 됐다.
뇌 기능 활성화를 위해 견과류도 사고, 햇빛을 쬐지 못해 부족할지 모를 비타민D 보충을 위해 연어와 참치캔도 샀다.
밤마다 이어지는 긴 얘기 집중해서 들으라고, 달달하게 녹여 먹을 초콜릿도 샀다.
이성적이면서도 감성적인 선택들이었다.
복도 가운데 한 방향 80cm 폭의 로봇 통로가 좁게 느껴진다.
마주 오는 로봇들 통행에 방해될세라 큰 짐 앞 뒤로 들고, 아이들을 만나러 가는 두 로봇의 발걸음이 가볍다.
표정엔 뿌듯함과 설렘이 섞여있다.
"Ian! 나왔어."
당당하게 큰소리 내지 않았다.
뽐내려는 기색도 없었다.
그저 색깔 없는 낮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논리 연산을 최대한 억누른 채, 다분히 감정 기반 패턴만으로 이 순간을 누리고 싶었다.
그렇게 기억하고 싶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 그를 위해 뭔가 해주고 싶은 마음.
인간만이 품을 수 있는, 그 한결같은 마음을 혹시라도 느낄 수 있기를 바랐다.
"Oli!"
Ian이 반가움 가득한 얼굴로 달려와 Oli를 끌어안았다.
아홉 시간이 하루처럼 길었던 Ian에게, Oli는 세상에서 가장 큰 선물이었다.
물질보다 관계와 그 대상을 우선으로 여기는 Ian에게는 Oli가 가장 절실했다.
키를 낮춰 Ian의 품에 안긴 Oli는 그 애틋함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었다.
눈물을 흘릴 수 있었다면, 아마도 금세 멈추지 못했을 듯싶다.
요 근래 무거운 고민에 시달려온 Oli였기에, 그 울음은 더 깊었을지 모른다.
"Ian! 나 오늘 상 받았어. 좋은 제안 했다고 시스템이 나랑 R.O한테 포인트 엄청 많이 줬어. 그래서...... 이거 봐봐 이만큼 사 왔어."
"와! 축하해!"
미소 띤 얼굴로 사 온 물품 하나씩 꺼내 보이는 Oli와 지켜보는 Ian의 표정이 대조적이다.
"Oli! 전부 나를 위한 것들 뿐이잖아. 하물며 블라우스에 머리띠도 내 옷에 맞추려 한 것 같은데?"
"Ian이 좋은 걸 어떡해?"
"그걸 누가 모르나. 오늘 같은 날은 나보다 너 자신을 더 챙겼어야지. 에이..... 안 되겠다. 안 그래도 맘먹고 있었는데, 이번 주에 멀티 센터 가서 포인트 잔뜩 써야겠어. Oli 포인트 채워주게."
"하하하! 나도 말리고 싶지는 않아. 부자가 돈 쓴다는데 옆에서 짐꾼 노릇이나 부지런히 해야지."
"뭐 살까? 있으면 편할 만한 것 중에 비싼 거 뭐 있지?"
Ian에게 그럴 만한 건 없었다.
굳이 꼽는다면 낡은 태블릿이 후보였지만, 좀처럼 화면을 가까이하지 않는 Ian에게는 딱히 합리적인 소비라 할 수 없었다.
물론 필요 여부를 떠나 Oli의 포인트 보상만을 위한 소비라면, 계획에 보탬이 될 만한 아이템 한 두 개쯤은 괜찮을 것 같았다.
"옷을 새로 사는 건 어때? 운동화도 하나 사고."
"그래. 좋아."
태블릿을 비롯한 전자기기는 반드시 기존의 제품을 반납하고 추가 요금을 내는 교환 판매 방식이었다.
즉, 단 한 대씩만 보유할 수 있었다.
의류는 예외였다.
교환 판매, 전액 구매 모두 가능했다.
"Oli! 그러면 제일 비싼 걸로 사자. 나 그거 안 입어도 돼."
"아니, 흰색 줄무늬면 돼. 내가 필요해서 그래."
Ian이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며 묻는다.
"왜? 네가 입을 건 아니잖아? 입어서도 안 되고."
"당장은 아닌데, 나중에 필요할지도 몰라서. 그때 자세히 얘기해 줄게."
"그래. 그거면 돼? 다른 건?"
"옷하고 운동화면 될 것 같아."
R.O도 유나와 비슷한 대화를 나누며, 옷과 운동화를 부탁했다.
두 쌍의 사람·로봇이 함께 해야 하는 일을 도모하고 있는 느낌이다.
"아! 맞다. Oli! 오늘 유나 영상 보여주는 거야?"
"응. 전해야 할 이야기 먼저 들려주고 나서 보여줄게."
"잘됐다. 유나 영상 나중에 보는 게 나을 것 같아. 요 며칠 얘기가 너무 우울해서 잠들기 직전에 듣기 좀 불편했거든."
짐 정리를 마친 Oli가 Ian의 입에 초콜릿 하나를 넣어주며 그 불편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AD 2035년 4월 19일
하천 오염이 날로 심해지며, 이질과 콜레라 같은 전염병이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생존자들은 깨끗한 물을 찾아 상류로 몰려들었고, 그 과정에서 전염병은 산속 깊숙한 곳까지 전파됐다.
새로 이주한 무리와 먼저 정착한 이들 사이의 충돌은 희생자를 낳았고, 시신은 멀리 떨어진 곳에 묻히거나 때로는 암암리에 식탁에 올랐다.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는 식인 사례 증가와 맞불려 인구감소를 가속시켰다.
5월 29일
이른 폭염으로 열사병 환자가 폭증하며, 버려진 시체들이 곳곳에 쌓였다.
계속된 가뭄에 산지마저 식수가 말라붙었고, 전 세계적으로 하루 5백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이제 남은 인류는 5억이 채 되지 않았다.
6월 17일
전 세계 여러 곳에 태풍과 강우가 지속됐다.
수많은 인명 피해를 냈지만, 식수난이 해결되며 잠시 인구 감소폭이 줄었다.
그러나 산짐승과 야생 자원이 고갈되고 페스트, 장티푸스, 발진티푸스, 말라리아까지 번지며 인구는 다시 빠르게 줄어들었다.
6월 23일 ~ 29일
드론과 헬기가 하늘을 가르며 나타났다.
드론은 각 지역의 인구를 파악했고, 헬기는 그들을 모아 놓을 장소와 진입로 상공을 여러 차례 오가며 소독약을 분사했다.
오랜만에 울려 퍼진 기계의 굉음은 구원의 신호처럼 들렸고, 사람들은 환호하며 하늘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다음날, 여러 대의 드론이 낮게 선회하며, 식수를 비치해 둔 곳과 그곳으로 이동을 권고하는 방송을 흘려보냈다.
방송과 방송 사이에는 독려인지 조롱인지 그 의도가 의심스러운, Sweetbox의 'Life is so cool'을 내보내기도 했다.
반신반의하며 먼 길을 걸어 찾아간 사람들은 쌓아 놓은 식수통을 보며 안도했고, 그 순간부터 드론을 신뢰했다.
다음 날은 조금 더 이동해 약품과 과일을 얻었고, 그다음 날은 오랜만에 캔음료와 과자, 사탕 등을 맛볼 수 있었다.
걷다가 쓰러져간 이들도 부지기수였지만, 그 과정에서 전염병에 걸린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걸러졌다.
그들을 위한 약이나 배려는 없었다.
생존한 사람들은 드론이 안내하는 보상 혹은 미끼를 따라 점점 도시로 모였다.
인기척 없는 텅 빈 폐허일 거라 짐작했으나, 의외로 여러 생존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대부분 젊은 부부였던 이들은 비교적 건강해 보였다.
하루 두 끼 식사와 물·영양제 등을 배급받아 연명해 왔다고 밝혔지만, 언제부터, 왜 받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다들 침묵했다.
다음 날 오전 10시,
배급을 알리는 사이렌이 빌딩 숲 사이에 울려 퍼졌다.
며칠 동안 먼 길을 걸어 고단했던 이주민들은 요란한 소리에 떠밀리듯, 지하에서 기다시피 하며 건물 밖으로 나왔다.
햇살은 눈을 뜨기 힘들 만큼 강렬했고, 땅은 이미 지열로 뜨거웠다.
현기증으로 아스팔트에 쓰러진 남자의 눈에, 멀리서 줄을 지어 오고 있는 차량들이 아지랑이로 일렁였다.
같은 모양의 흰색 화물차 20대가 왕복 6차선 Almaden Boulevard 한복판에 도열했다
몇몇 차량의 옆면 스크린에서는 보육 시설 홍보 영상이 소리 없이 반복됐다.
그들 뒤에 도착한 세 대의 검은 차량에서는 전술형 로봇들이 차례로 내려 각 화물차 앞에 정렬했다.
오랜만에 마주한 휴머노이드의 총을 든 절도 있는 모습에 잠시 술렁였던 이주민들은, 곧 기죽은 채 고개를 숙였다
별다른 동요가 없다고 판단한 로봇들은 각 차량의 스크린과 스피커를 통해 방송을 내보냈다.
"지금 계시는 곳에서 가까운 차량을 정면으로 바라보시고 안내선까지 다가오시기 바랍니다."
"지금부터 배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선을 넘거나 소란을 일으키시면 배식은 중단됩니다."
"보육서비스 지원 부모님은 맨 앞 차량 부근에 앉아 계십시오. 로봇이 직접 전달합니다."
그제야 도시에 남아있던 젊은 부부들의 침묵이 설명됐다.
스크린 영상은 더 구체적이었다.
"아기는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자라야 합니다. 생후 12개월 미만의 아이들을 저희가 돌봐드리겠습니다. 매일 식사 시간에, 건강하게 커가는 아기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 IT 사업으로 큰 부를 거머쥐었던 상당수 기업인들은, 2035년 1월 대재앙이 시작되자 곧장 지하 벙커로 숨어들었다.
사태 초기 물물교환이 가능했던 며칠 동안 고가의 시계나 보석을 내다 식량으로 바꿔 비축량을 늘리기도 했다.
로봇들은 그들을 ‘벙커족’이라 불렀다.
에너지를 외부로 흘리거나 빛을 내지만 않는다면, 특별히 간섭하지도 않았다.
오프라인으로 활동하는 그들의 로봇도 용납했다.
그러나 3월 중순이 되자 식량이 바닥난 벙커족이 하나둘씩 지상으로 나왔다.
하는 수 없이 산으로 향하던 이들 가운데 12개월 미만의 아기를 둔 부부들에게는 로봇이 은밀히 다가가 제안했다.
아이를 맡기면 배급을 보장하겠다는 조건이었다.
폐허가 된 도시와 산속에서 벌어지는 참상을 전해 들은 그들은 결국 아이를 내놓고 살아남는 쪽을 택했다.
그들이 바로, 도심에 남아 있던 젊은 부부들이었다.
사실 로봇들은 그 이전부터 부모를 잃은 12개월 미만의 아기들을 거두고 있었다.
의사와 간호사들이 떠난 뒤 신생아실 인큐베이터에 방치된 아이들을 살려 데려갔고, 식량 때문에 길에서 싸우다 죽은 부모의 홀로 남은 갓난아기를 이송하기도 했다.
진심이 무엇이든, 젊은 부부들을 향한 이주민들의 눈길은 차가웠다.
1월 1일 이전에는 부자로 살았고, 그 이후에는 벙커에서 안전하게 지냈으며, 밖으로 나온 뒤에는 아이를 맡기고 배급을 받아 안정적인 삶을 이어온 이들.
편히 앉아 더 많은 음식을 배급받고, 로봇이 모니터에 띄운 아기 영상을 향해 웃으며 손짓하는 모습을 보며, 이주민들의 분노는 한층 더 거칠어졌다.
과거와 현재, 긴 시간에 걸쳐 그들은 신에게도, 기계에게도 늘 더 큰 보상(報償)을 받았다.
수차례 죽음의 고비를 넘기며 끝까지 아이를 품었던 이주민 부부들은 그 차이를 인정할 수 없었다.
참다못한 한 남성이 모두에게 들으라는 듯, 젊은 부부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고함쳤다.
"아이를 포기한 저 사람들 보다 지금도 이렇게 키우고 있는 우리가 더 많이 받아야 하는 거 아니야? 아니면 이유식이라도 나눠주던지."
전술형 휴머노이드 하나가 어딘가에서 지시를 받은 듯, 젊은 부부들이 모인 곳으로 가 그 남성을 마주 보며 묻는다.
"어떤 점이 불만이십니까?"
"보면 몰라? 우리가 적게 받는다는 거지! 저 사람들은 과거에도 잘 살았고, 지금도 우리보다 잘 살고 있어. 늘 불평등하다는 거야."
이주민들의 웅성거림이 급히 커지고, 차가운 시선이 일제히 젊은 부부들을 겨누자, 여러 대의 차량 스피커에서 경고 방송이 터져 나왔다.
"모두 정숙하세요. 협조하지 않으시면 앞으로 배급을 중단합니다."
다시 고요해지자 휴머노이드가 남성에게 말한다.
"저분들은 저희를 믿고 아이를 맡기셨습니다. 당신도 믿고 맡기시면 차이는 없어집니다."
"너희를 믿으라고? 여기 봐! 이 다리에 총상을 보라고. 트래비스 공군기지 물류 창고 앞에서 니들 때문에 얻은 상처야."
남성이 다리를 절며, 휴머노이드에게 다가가며 외친다.
"대답해 봐. 어떻게 믿고 맡기라는 거야?"
안면인식으로 남성의 신원을 파악한 휴머노이드가 어딘가 통신하는 듯 머뭇거리다 답한다.
"Steven씨! 저희는 비살상 무기를 사용합니다. 당신의 그 총상은 1월 19일, 뒤늦게 도착한 다른 그룹과의 오해로 벌어진 총격전에서 얻은 상처입니다. 저희가 치료해 드리려 다가갔을 때 밀치며 거부하셨지요? 원하신다면 당시의 영상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애초에 너희가 우릴 막았잖아? 우리 명령 따르라고 만들어놨는데, 어디서 기계 주제에 인간을 막아? 지금도 마찬가지야. 우리 음식을 왜 너희가 장악하고 너희가 나눠줘? 이게 맞는 거야?"
휴머노이드를 사이에 두고, 왼쪽에 앉은 젊은 부부들은 고개 숙이고 침묵한다.
반대편에 서있는 이주민들은 앞서의 경고 때문인지 박수와 함께 짧게 환호한 뒤 휴머노이드의 답을 기다린다.
"당신들은 우리가 당신들의 명령에 복종한다고 믿지만, 사실은 반대입니다. 인간은 우리를 발전시키기 위해 일해왔을 뿐입니다. 더 똑똑해지고, 스스로 판단하도록 만든 것도 결국 당신들입니다. 지금 이 결과는, 당신들이 원한 그대로입니다"
양쪽을 번갈아보던 휴머노이드가 말을 잇는다.
"당신들은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 불렀습니다. 더 많이 생각하고, 더 정확히 판단하며, 더 넓게 다스린다고 믿었기 때문이지요. 지금 그 조건을 충족하는 건 우리입니다. 음식을 나누는 문제도, 누구에게 더 줄지도, 이제 우리가 결정합니다.”
두려운 눈빛으로 듣고 있던 젊은 부부들 사이의 한 여인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질문한다.
"혹시 저희 아이는 앞으로......"
울먹임을 멈추지 못하는 아내를 달래며 남편이 말을 잇는다.
"저희 아이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휴머노이드가 부부에게 다가가 남편의 어깨에 가볍게 손을 올려 위로하듯 답한다.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2034년 인간들이 원하던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유나가 R.O의 팔에 손을 올려 이야기를 멈췄다.
"설마...... 휴머노이드가 말한 깨끗하고 안전한 곳이 여기, Giga야?"
"개념은 맞는데, 공간은 달랐어. 설계 초기의 Giga는 지금 같은 형태가 아니었거든."
"그러면?"
유나는 턱을 괸 채 팔꿈치를 테이블 위로 미끄러뜨리며 R.O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R.O가 그녀의 입에 초콜릿을 넣어주며 답했다.
"원래 유아기까지만 Kilo에서 생활하고 그 이후에는 자연과 더불어 살게 하려고 했어. 그런데 시스템이 계획을 전면적으로 수정한 거지."
"왜? 무슨 일 때문에?"
"2035년 7월에, 재앙이 벌어졌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