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특히 마닐라에 사는 한국인들 직업 종류는 그들의 소개와 달리 지극히 한정적이며, 카지노 안팎을 배회하는 소위 '앵벌이'들을 제외한다면 대다수의 형편은 괜찮아 보인다.
내 시각에서는 그렇고 대한민국 평균 임금과 비교하자면 여지없다.
내가 이곳에 처음 도착한 2008년 6월은 이 나라 카지노 전성기의 원년이었다.
기존 국영 카지노 중심체제에서 이제 막 외국 자본이 섞인 대형 카지노업체들이 가세하기 시작하며, 제 각기 계획, 설계, 기초공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큰판이 벌어지기 직전의 여명이라고는 하나 이미 많은 한국인들이 분주히 오가며 도박을 하고 있었고, 그들을 상대로 한 직군은 활황이었으며, 그 무리 안의 선각자들은 점차 온라인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들 대부분이 풍요롭게 살았다. 그들이 풍요로웠기에 재필 한인들 역시 전반적으로 넉넉해졌다.
이 책에서 말하는 에피소드는 그즈음 이래 내 주변 풍요롭고 넉넉히 살던 빌런들에 의해 벌어진 사건들을 소설화한 이야기다.
소설화라고 했으나 사실 소설이라 하기 뭐 하다.
분명 이놈 저놈에 의해 벌어진 사건을 고스란히 담은 논픽션이요 나, 그들 각자의 사연을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하는 에세이 형식을 빌렸으니 말이다.
외국에 머문 시간을 제외한다 해도 이미 공소시효가 도과했고 증거 또한 소멸되었기에 더 이상 죄를 물을 수 없는 일이긴 하나 범죄였음은 부정할 수 없는지라 죄스러운 마음에 소설이라 하는 게 나을 듯싶어 그리하게 됐다.
어차피 에피소드 모두 교훈을 전함에 있어 불쏘시개로 쓰이는 역할에 불과,
교훈은 교훈 대로 크게 퍼지고 재는 재 대로 날려 잊히기 바랄 뿐.
성공과 실패를 번갈아 경험하고 다시 실패의 끝자락에서 한 뼘씩 오르는 과정에 있다 보니 무엇이 잘못이었는지 확연해지고 무엇을 갖춰야 할지 명확해졌다.
어찌 성공할지 밝혀 줄 능력은 없으나 어찌 망하는지 따져 줄 깜냥은 갖췄다는 믿음으로 쓴 글,
부디 유쾌하게 읽고, 진지하게 성찰한 후, 담대하게 이루시길 진심으로 바란다.
14만 5천 자를 어떻게 나눌지 고민하다 1, 2편 + [빌런들의 성공철학 스핀오프or시퀼] 총 세 편으로 결론짓고 우선 1편을 발행한다.
가벼운 에피소드 [1. 마요네즈의 힘]을 시작으로 이 책의 장점과 가치를 실감하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