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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들으면 Take five, 알고 마시면 삶

「좋아했지만 몰랐던 것들에 대하여」

by Sir Lem

EPISODE


A : 재즈 좋아해?

B : 좋아해.

A : 누구의 무슨 곡 좋아해?

B : 그때그때 달라. 그럼 넌 어떤 곡 좋아해?

A : 나는 색소폰 연주곡 좋아해.

B : 누구의 무슨 곡 제일 좋아해?

A : Dave Brubeck 이 연주한 Take Five 좋아해.

B : 오! 그래? 너 그 곡이 몇 박자 연주곡인지 알아?

A : 4박자? 3박자?




대학 시절, 나는 음악을 좋아했다.
때로는 상대에 따라 "음악을 했다"거나 "공부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공연 선곡을 위해 다양한 곡을 찾아 듣던 중,
자연스레 재즈라는 장르를 접하게 되었고,
어찌어찌하다 Chick Corea라는 재즈 피아니스트까지 알게 되었다.

그 무렵에는 소설 『베니스의 개성상인』에 얽힌 여러 해프닝도 있었다.
루벤스의 ‘한복 입은 사람’이 한국인이라는 와전된 소문,
Chick Corea가 실은 한국인 Antonio Corea의 후손이라는 주장 등은
사실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런 이야기들조차 내 관심을 더 자극했다.

(참고로, 루벤스의 ‘한복 입은 사람’은 명나라 상인이며,
Antonio Corea는 임진왜란 당시 포로로 잡혔다가 유럽으로 간 실존 인물이지만,
Chick Corea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더불어 Corea는 이베리아 반도의 일반적인 성씨 중 하나다.)

그해 가을, 정기 공연을 준비하며 Take Five를 선곡하게 됐다.
세 명의 기타리스트가 어쿠스틱 기타로 연주하는 편곡이었는데,
어딘가 어색했다.

듣고 또 들었지만, 느낌이 달랐다.
그 차이를 이해하게 된 건 한참이 지나서였다.
문제는 ‘박자’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익숙한 건 4분의 4박자나 4분의 2박자다.
우리의 일상, 우리의 감각은 그런 리듬에 길들여져 있다.
학창 시절 음악 시간에 배운 ‘♩, ♪, 4분 음표, 8분 음표’ 같은 개념이
귀에 맴돌았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음악은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니다.
무릎이나 책상 위를 톡톡 두드리며 리듬을 따라해보면
더 본질적인 것을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4분의 2박자는


“하나 둘 / 하나 둘 / 하나 둘…”


이런 리듬으로 정돈되어 있다.
봄나들이를 떠나는 동요의 가사처럼,
경쾌하고 반복적인 박자다.

4분의 3박자는 왈츠다.

“쿵짝짝 / 쿵짝짝 / 쿵짝짝…”

한 박자가 강조되고, 둘은 가볍게 흐르며,
회전하고, 흘러가고, 어깨를 흔든다.

4분의 4박자는 팝과 대중가요의 표준이다.

“하나 둘 셋 넷 / 하나 둘 셋 넷…”

대부분의 노래가 이 박자 위에 있고,
우리는 자기도 모르게 이 리듬을 따라 몸을 움직인다.

그리고 4분의 5박자,
우리가 익숙하지 않은 그 박자.

“하나 둘 셋 넷 다섯 / 하나 둘 셋 넷 다섯…”


바로 이것이 Take Five가 가진 묘한 매력이다.
처음에는 따라하기 어렵다.
몸도 마음도 리듬에 저항한다.
하지만 그 구조를 이해하고, 흐름을 익히고,
그 안에서 새로운 '규칙'을 감각하면,
우리는 박자의 미학을 새롭게 발견하게 된다.

내가 재즈를 좋아한다고 말했을 때,
함께 Take Five를 들으며 박자를 맞춰보라고 권했던 친구가 있었다.
그는 처음엔 잘 몰랐지만, 무릎을 치며 “오호!” 소리를 냈다.
그 5박자를 알아차린 순간, 그는 더 깊이 빠져들었다.
어떤 예술이든, 그 구조와 본질을 조금이라도 알게 되는 순간,
그 즐거움은 배가 된다.

이를테면, 요즘 유행하는 딸기라테를 예로 들 수 있다.
맛있게 마시고 있는 사람에게

“딸기는 비타민 C가 풍부하고, 피부 건강에 좋대”

라고 말해주면,
그 한 잔이 조금 더 기쁘게 느껴질 것이다.
그 안에 들어있는 '의미'가 맛을 더 진하게 만든다.

그 연장선에서 커피 이야기를 하고 싶다.

요즘 우리가 마시는 외국 브랜드 커피,
그 원두의 이름, 산지, 풍미, 그리고 윤리에 대해
과연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정말 ‘내 입맛에 맞는 커피’가 무엇인지 알고 마시는가?
아니면 그저 브랜드 로고와 매장 분위기,
그 익숙한 향으로 기분을 소비하는 것일까?

이건 '스타벅스를 마시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단지 말하고 싶은 건,

“조금만 더 알고 마시면, 더 깊이 즐길 수 있다”


작은 카페에서 사장님의 정성 어린 드립커피를 마시며
커피가 어떻게 볶아졌고, 어떤 로스팅을 거쳤고,
어느 나라, 어느 농장에서 왔는지를 듣는다면
그건 단순한 한 잔이 아니라
공감과 선택이 깃든 한 잔이 된다.

나는 재즈를 좋아하는 친구에게 5박자를 알려주었다.
그는 그 곡을 이미 좋아했지만,
알고 나니 더 좋아졌다.

재즈가 그랬듯,
커피도 그랬으면 한다.

모르고 마시더라도 당신의 자유다.
하지만 안다면,
그 한 잔은 더 깊고, 더 따뜻할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의 삶을 응원하는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이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음악의 박자만이 아니라,
소비의 박자까지도 성찰하는 리듬감이 아닐까?

어떤 박자든, 알고 듣는 것만큼
의미 있는 감동은 없다.

그것이 Take Five 그리고 이 시대의 작은 자영업자들이

우리에게 속삭이는 숨겨진 박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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