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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네디 Aug 04. 2023

TAKE FIVE는 좋아하지만 5박자는 모르고....

외국 브랜드 커피는 좋아하지만 원두는 모르는.....


EPISODE 


A : 재즈 좋아해?

B : 좋아해.

A : 누구의 무슨 곡 좋아해?

B:  그때그때 달라. 그럼 넌 어떤 곡 좋아해?

A : 나는 색소폰 연주곡 좋아해. 

B : 누구의 무슨 곡 제일 좋아해?

A : DAVE BRUBECK 이 연주한 TAKE FIVE 좋아해.

B : 오! 그래? 너 그 곡이 몇 박자 연주곡인지 알아? 

A:  4박자? 3박자?



대학시절, 음악을 좋아했다. 

상대에 따라 '음악을 했다'거나 '음악 공부를 했다'라고 말할 때도 있다. 

공연 선곡을 위해 다양한 곡들을 찾아 들으며 자연스레 재즈곡들을 접했고 어찌어찌해서 CHICK COREA라는 재즈피아니스트까지 알게 됐다, 그 무렵 발간된 소설 '베니스의 개성상인'의 내용이 와전돼 '화가 루벤스의 한복 입은 사람이 한국인이네', 'CHICK COREA는 한국인 ANTONIO COREA의 후손이네' 등 당시 떠돌던 소문에 혹해 그를 향한 관심을 더욱 키웠으며 본격적으로 재즈를 찾아 듣는 계기를 맞았다.

(참고로, 루벤스의 한복 입은 사람은 명나라 상인이요, 안토니오 코레아(ANTONIO COREA)는 실존했던 인물로 임진왜란 당시 왜 나라 일본인에 포로로 잡혀 있다가 외국 상인 프란체스코 파를레티에게 노예로 팔려 유럽으로 가긴 했으나 칙코레아(CHICK COREA)와는 아무 관계없다. 더욱이 COREA는 이베리아 반도에서 사용하는 성씨 중 하나.)


그해 열린 가을 정기공연을 위해 추린 여러 곡들 중 하나가 바로 TAKE FIVE였다.

3대의 어쿠스틱기타로 연주하는 곡으로 편곡, 당시 실력 있는 세 세션이 맡았는데 원곡과 상이한 느낌이 왠지 어색했다. 

원인을 찾으려 듣고 또 듣고,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깨달으니, 박자가 문제였다.

대다수 사람들에게 익숙한 4분의 4박자 혹은 4분의 2박자.

몇 분의 몇 박자? 학창 시절 음악시간에 듣던 그 몇 분의 몇 박자.  


"♩ => 이 친구가 4분 음표, ♪ => 이 친구는 8분 음표, 한 마디를 4분 음표, 8분 음표 몇 개로 채우고..."


이런 설명 필요 없이 그냥 무릎이나 책상 쳐 보면 안다. 


4분의 2박자


봄나들이 

나리나리/개나리/입에 따다/물고요/병아리 떼/종종종/봄나들이/갑니다 

(하나 둘/ 하나 둘/ 하나 둘/ 하나 둘/ 하나 둘/ 하나 둘/ 하나 둘/하나 둘)


정확한 가사를 찾으려고 검색하다 보니 별 게 다 나온다. 병아리 떼 쫑쫑쫑, 병아리 떼 뿅뿅뿅



4분의 3박자


4분의 3박자 춤곡을 왈츠(WALTZES)라고 한다.  

제목이나 설명에 '왈츠'가 들어가면 웬만해서는 4분의 3박자.

링크의 노래를 따라 이번에는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보다  

쿵짝짝 / 쿵짝짝 / 쿵짝짝으로 박자를 맞춰보기 바란다. 더 큰 감동이 밀려올 것이다. 


https://youtu.be/LMsojFQczEk


4분의 4박자


팝송, K-POP.... 웬만한 대중가요는 다 4분의 4박자다. 


다음 노래에 하나 둘 셋 넷/하나 둘 셋 넷/하나 둘 셋 넷    

박자를 맞춰보기 바란다. (일부러 엇박자 곡을 골라 난이도를 높였음) 


https://youtu.be/CM-okx_yE2Q


자 이제 마지막 4분의 5박자


익숙하지 않은 박자라 알고도 따라 맞추기 쉽지 않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 하나 둘 셋 넷 다섯/ 하나 둘 셋 넷 다섯/ 


https://youtu.be/vmDDOFXSgAs


자! 이제 여러분은 왜 곡 제목이 TAKE FIVE인지 깨달은 사람으로 성장, 발전했다. 5박자, FIVE.


어떤 이들은 영화 미션임파서블 테마 역시 4분의 5박자라 하지만,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테마는 도입부문만 4분의 5박자 일뿐 이후에는 4분의 4박자 흐름이다. 실제 4분의 5박자 미션임파서블 테마는 1966년부터 1973년까지 미국 TV에서 방영하던 동명의 MISSION IMPOSSIBLE 드라마 주제곡이다. 유튜브에 MISSION IMPOSSIBLE BURNING FUSE라 검색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5박자로 이뤄진 원곡을 감상할 수 있다. 5박자를 깨달은 당신에게는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오리라. 


여기까지, 이미 알고 있는 분들에게는 시간낭비, 모르고 계셨던 분들에게는 이해의 시간.



내게 좋아하는 재즈를 물어보던 친구와 TAKE FIVE를 함께 들으며 그에게 박자를 맞춰 보라 했다.


"오호!!"


5박자를 따라 무릎을 치던 그의 반응이었다.

어떤 대상으로부터 얻는 즐거움의 크기는 본질과 속성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느냐에 비례한다.

예컨대 근래 다양한 브랜드에서 출시하는 딸기라테를 맛있게 즐기고 있는, 피부가 좋지 않은 이에게 '딸기는 비타민 C가 풍부하고 피부건강, 면역력에 좋데.'라고 다정히 속삭이면 당장 백옥 같은 피부미인이 된 듯 한층 기쁜 마음으로 즐기리라. 


같은 맥락으로 외국 브랜드 커피에 관해 얘기하고 싶다.

장담컨대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이들 중 근래에 마신 외국 브랜드 커피 원두를 자세히 알고 마신 사람은 20% 이하라 추정한다. 아니, 발끈한 사람들이 있을까 두려우니 30% 정도로 하자. 

블렌딩, 로스팅이 어쩌고 저쩌고, 드립커피의 첫맛은 이렇고 중간은 이런데 마지막은 이렇다느니 등.

결론부터 말하자면 


알고 마신다면 더 큰 즐거움, 모르고 마신다면 돈 낭비 

 

"내 돈 내고 내가 마신다는데", "카페 분위기 좋으니까"


맞다. 당신 돈 내고 당신이 마시고, 당신이 좋아하는 곳에서 당신이 마신다는데 무슨 말을 하겠냐마는 내 머릿속에서는 계속 '굳이'가 맴돈다. 

길거리 작은 무인카페에 '스타벅스 원두'라고 적힌 것을 보고 들어가 한 잔 뽑아 마시며 왠지 이익 본 느낌, 흔히 말하는 '개꿀'

얼마 전 누가 동네 작은 카페를 소개하며, '조용해서 공부하기에도 좋고', '사장님이 친절하시고', '커피도 맛있고'......

가슴 따뜻해졌다고나 할까?

'모르면 아무 데서나 싼 거 마시라'며 면박 주고자 하는 말이 아니다.

내게 재즈를 물어봤던 친구에게 5박자를 설명하기 이전에도 그는 TAKE FIVE를 좋아했다.  

즉, 아는 만큼 즐겼다. 그리고 더 알고 나서 더 흥겹게 즐겼다.

만약 외국 브랜드 커피전문점에서 내가 마시는 커피 원두 생산지는 어디이며, 이름은 무엇이며, 어떤 맛이 나며 '이것이야 말로 내게 맞는 커피다'라는 결론이라면 가시라. 

하지만 누군가와 만나기 위한 장소, 작은 랜드마크 역할로써의 외국 커피 브랜드라면 30초만 투자하셔서 그 주변 다른 곳을 찾아보시라. 

과포화 상태의 대한민국 자영업을 꼬집자면 몇 편에 글을 써야 할 지경으로 하고 싶은 말이 많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자영업 비율을 비웃고 있는 나다.

하지만 자기가 할 줄 아는 게, 당장 할 수 있는 게 그것이기에 그로써 힘겹게 생계를 이어나가는 이들이 우리가 아는 수준에서 만족할 수 있는 커피를 팔고 있다면 굳이 남의 나라 브랜드 팔아줄 필요 있겠는가?


습관적으로 마시는 커피

습관적으로 가는 곳


스타벅스 한 브랜드 대한민국 일 년 매출이 2조를 넘는다.

그 매출에 기여해 주시는 분들 사이에 스타벅스 원두, 블렌딩, 로스팅에 관해 아직 잘 모르시는 분이 계시다면 그 동네 열심히 사시는 작은 자영업자 찾아가 주시라.

커피 그리고 그 커피를 달게 마시기 위한 사탕수수 때문에  열강의 식민지 노예로 고통의 세월을 살다 눈물 흘리며 죽어간 이들이 부지기 수. 

이 시대 커피 열강의 규모와 괴력에 힘 못 쓰고 눈물 흘리는 자영업자들.  

생각 좀 해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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