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초등학생이 되다
누구나 그렇듯 나 역시 부모는 처음이다. 날 때부터 부모의 자질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은 없을 테니 미숙해도 그러려니 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게으르고 귀찮음 많은 내게 '부모'는 그럭저럭 어찌어찌 버텨볼 수 있는 마지막 보루였는지도 모른다. 실수가 있어도 아이와 나 사이의 비밀로 숨겨둘 수 있었으니까.
아뿔싸. 한 글자 더 생긴다고 해서 뭐가 그리 크게 변하랴 싶었다. 그러나 부모와 '학'부모 사이에는 하늘과 땅 사이도 가까워 보일 만한 차이가 있었다.
3월 아이의 입학을 코앞에 둔 지금, 내게는 어떠한 실수나 게으름도 용인되지 않을 다급함이 생겼다. 도통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가늠도 되지 않을 만큼 막연함과 불안함만 가득한 하루하루라고 해야 할까.
천진난만하게 새 가방을 보고 좋아하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가슴 한 구석에 바윗돌이 내려 앉은 듯하다.
언제나 그랬듯 이런 불안과 막연함도 될대로 되라 하는 마음속에 갇힐 테지만.
그 어느 때보다 봄기운이 완연한 하루다.
아이의 하루도 나와 같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바야흐로 아이의 봄이 시작되려 한다.
나, 잘할 수 있을까.